시민단체·진영 논리 아닌 관료·전문가 등용했지만 정호영 낙마·박순애 경질 등
역대 최초 도어스테핑, 소통 '명과 암'…솔직화법 장단점 교차, 尹 "계속 하겠다"
윤 "인적 쇄신, 정치득실 안 따져"...참모진 '핀셋 개편'…일단 교육비서관 교체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5년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재건, 반지성주의의 극복, 자유의 가치 재발견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본보는 13일, 15일, 17일 3차례에 걸친 연재 기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바꿨고 어떤 과제를 남겼나 살펴보고자 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지율 그 자체보다도 여론 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여러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따져보겠다. 조직과 정책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짚어나갈 생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선에서 표를 준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가 지지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묻자 답한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며 "인사 쇄신은 국민을 위해 치밀하게 점검하는 것이지 어떤 정치적인 국면 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특히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제가 지금부터 벌써 시작을 했습니다마는 그동안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지금 짚어보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통과 관련해서도 역대 대통령 중 최초인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기자회견)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걸 앞으로 계속 할 생각인지 궁금하다'는 기자 질문에 윤 대통령은 "계속하겠다"며 "여러분께서 하지 말라고 하면 할 수 없겠지만 저는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예를 들어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하면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국민들로부터 날선 비판,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제가 용산으로 왔고, 과거와는 달리 저와 우리 참모들이 함께 근무하는 이곳 1층에 여러분들의 기자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며 "도어스테핑은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을 받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미흡한 게 있어도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이해하고 미흡한 점들이 개선돼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분들(기자-언론)께서 많이 도와주길 부탁드린다"고 간곡하게 당부하고 나섰다. 

이날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과 소통에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은, 최근 두달간의 지지율 하락세가 주로 인선 문제에 있다고 지적 받아왔고 이를 언론이 물어봤기 때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당초 윤 대통령이 이전 정권에 비해 바꾼 것 중 하나로 새로운 인적 자원 등용이 꼽혀왔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시민단체·진영 논리가 아닌 관료·전문가 중심으로 내각·대통령실 참모진을 꾸렸다. 이념보다 실용주의에 입각해 전문성·경력·성과 위주로 인선한 것이다.

능력으로 치면 추상호 경제부총리나 최상목 경제수석 등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평이 높다.

하지만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나 이번에 섣부른 정책 제안으로 여론의 싸늘한 반발에 부딪혀 자진사퇴한 박순애 교육부 전 장관과 같이 처음부터 인사 논란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인적 쇄신을 할지 주목받고 있다.  

인사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과거 언론에도 비중있게 보도됐던 제자 성희롱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일단 이번 '박순애 이슈'와 관련해 지난 12일자로 권성연 교육비서관만 우선 교체했지만, 윤 대통령이 보다 신중하게 정무적 감각을 갖춘 정치인 출신을 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일례로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었을 당시 대변인이었다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석패한 김은혜 전 의원이 홍보라인에 합류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시질 않고 있다. 정무 및 홍보 차원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전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또다른 변수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다.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자리를 잃었지만 이 전 대표가 언론에 적극 자신의 발언을 알리며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어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 전 대표가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크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상황은 심상치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생 안정과 국민의 안정에 매진을 하다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준석 상황'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 한, 집권여당의 내홍이 도리어 대통령 발목을 계속 잡을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질문하려는 기자들이 손을 들자 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선 공신 등을 기용했지만 '사적 채용'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통령실 내부 인선도 또다른 불씨다.

별정직 채용이 다른 역대 정권보다 적은 규모로 꼽히지만 내부 인선을 문제이자 논란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일각의 비판에 더 적극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 국민들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늘 국민의 뜻을 최선을 다해 세심하게 살피겠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밝힌 이 발언을 초심 그대로 갖고 가길 기대한다. 시작은 나쁜 편이었지만 시간은 아직 윤 대통령 편이다. 앞으로 두세달간 어떻게 정국을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 국정 운영 동력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