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기자]현대차가 글로벌시장의 중요거점인 미국시장에서 역대 최대기록을 갱신했다.

4일 관련업계와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미국시장에서 지난달 한 달간 6만8009대를 판매했다. 이는 작년 동기에 6만6107대에 비해 2.9% 증가한 규모로 4월 기준 가장 좋은 기록이다.

   
▲ 현대차, 4월 미국 판매 신기록...기세 몰아 시장공략 박차/현대자동차

싼타페가 지난해 4월보다 11.7%늘어난 1만54대를 판매했고 제네시스가 39.5% 증가한 3159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의 이번 성과는 인센티브(판매 장려금)를 확대한 데 힘입어 차량 판매가 늘고 있고 앞으로 신형 투싼과 아반떼를 차례로 출시해 성장세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반면 기아자동차는 소폭 감소한(0.7%) 5만3282대를 판 것으로 집계됐다. 차종별로는 K5(현지명 옵티마)가 1만3666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쏘울과 쏘렌토가 각각 1만1418대, 9808대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달 현대·기아차 총 판매량 합계는 1.3% 늘어난 12만1291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합계 점유율은 8.3%로 지난해 4월 8.6%와 지난 3월의 8.7%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이는 승용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는 현대·기아차의 실정과 미국시장의 승용차 판매비중과 비교했을 때 비관적인 결과는 아니다.

전년대비 미국시장의 자동차 판매는 4.6%가 증가했지만 승용차 판매는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시장 1.6% 감소에 비해 0.3%가 감소한 것은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고 또 미국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워낙 많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시장 전체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한 145만5242대로 조사됐다. 혼다를 제외한 전 브랜드 판매량이 늘었다. 미국시장 성장세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등으로 구성되는 경트럭이 주도했다.

경트럭 판매는 11% 증가했지만 승용차 판매는 1.6% 줄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경트럭에 강점이 있는 미국 3사가 나란히 5%대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미국시장의 실정에 발맞춰 현대·기아차 역시 새로운 전략으로 시장공략에 나선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의 딜러 인센티브는 1600~1700달러 선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무려 2578달러까지 치솟았다. 인센티브는 딜러들이 차량을 판매할 때마다 차량 한 대당 지급하는 일종의 판매 장려금이다.

현대차의 인센티브는 업계 평균보다 낮게 책정해 인센티브가 짠 완성차 업체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런 현대차가 과감히 인센티브를 늘렸다.

이런 정책의 시너지 효과로 1분기 현대차는 7만5019대를 미국에서 팔아치웠는데 이는 지난해 5월 기록했던 월별 최다 판매량(7만907대)을 상회하는 수치다.

인센티브 강화는 판매량을 늘리는 데에는 특효약이지만 그만큼 회사 이익이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제값받기’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 현대차는 딜러 인센티브와 할인을 줄이는 ‘제값받기’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 힘써 왔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인센티브를 늘리는 것은 구형 모델의 재고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제값 받기 전략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준비하는 또 다른 전략은 ‘픽업트럭(짐칸의 덮개가 없는 소형 트럭)강화’다. 이를 위해 1월 미국에서 열린 ‘2015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픽업트럭 콘셉트카 ‘싼타크루즈’가 조만간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지난달 23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북미 출시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출시 설을 뒷받침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픽업트럭 라인의 강화는 현대차가 미국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월 미국시장의 승용차 판매는 1% 가량 감소했지만 픽업트럭 분야는 10% 이상 늘었다. 저유가와 경제회복 등이 맞물리면서 소형상용차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업체들은 픽업트럭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한 뒤 발생한 이익을 승용차 시장에 적용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픽업트럭 분야가 취약하다면 그만큼 미국 세단 시장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이번 행보에 대해 “실패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과감히 현대차 정신으로 큰 폭의 체질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