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최근 ‘불법 입국’ 혐의로 미국 거주 한국계 대학생 주원문(21) 씨를 체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금까지 4명의 한국인이 북한에 억류 중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5월 러시아 방문이 무산된 상황에서 북한이 이들을 남북관계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 북한이 지난 3월 김국기(61) 씨등 남한갑첩 두 명을 체포해 이들의 기자회견을 공개한 이후 또다시 최근 미국 거주 한국계 대학생 주원문(21) 씨를 불법 입국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KBS 화면 갭처.

북한은 지난 3월 억류 사실을 공개한 한국인 김국기(61) 씨와 최춘길(56) 씨를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하도록 허용해 3일 공개했으며, 이들은 방송 인터뷰에서 “국가정보원의 요청을 받고 간첩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와 최 씨는 각각 평양의 한 호텔에서 당국자 배석 하에 방송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CNN은 “이들이 북한의 주장대로 간첩 혐의를 시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또 지난해 5월 한국인 기독교 선교사 김정욱 씨를 평양에서 체포하고 그해 10월 김 씨의 기자회견을 공개했다. 당시 김 씨는 “북한의 정치체제를 붕괴시키라는 국정원의 지시를 받고 선교활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김정욱 씨와 김국기·최춘길 씨의 경우 중국에 있으면서 북 측의 유인책으로 입북해 체포됐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김정욱 씨의 경우 북한 보위부가 파견한 여성 첩보원과 함께 단둥에서 배를 타고 의주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자동차로 국경경비대, 보안부, 보위부가 관할하는 세 개 초소를 지나 신의주를 거쳐 평양으로 곧바로 입성한 경우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 활동하던 선교사가 평양까지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고, 그렇다면 평양에서 체포된 이들은 북 측의 유인책에 말려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에 주 씨의 체포와 관련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일 “(주 씨가) 4월 22일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 비법(불법) 입국하다가 단속됐다”며 “해당 기관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북 측이 주 씨에 대해서는 ‘간첩’ 혐의 대신 ‘불법 입국’ 혐의로 밝힌 만큼 앞서 체포된 이들과는 달리 중형을 선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향후 이들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취소된 배경에 미사일 수입 협상이 틀어졌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다시 북한은 남한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인 인질 4명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러시아로 나갈 길이 막혀버린 북한이 앞으로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그동안 남북 간에 축적된 개성공단 문제나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에 억류자들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억류 중인 한국인 인질 4명이 수용되어 있는 장소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사리원 7교화소나 보위부 안가 등에서 특별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우리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보위부가 이들을 심문하고 첩보를 빼내려면 일반 교화소에 둘 수 없고, 향후 협상에 성공해 이들을 돌려보낼 경우까지 감안해서이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한국 국적자인 미국 대학생 주원문 씨를 억류 중인 데 대해 4일 조속한 석방과 송환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우리 정부나 가족들에게 어떠한 사전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우리 국민 주원문 씨를 억류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주원문 학생을 조속히 석방해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주장한 주씨의 불법입북 혐의와 관련해서 “북한이 보도를 통해 주장한 내용은 향후 주원문씨가 우리 측으로 송환된 후에 확인해 보아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현재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도 하루빨리 석방하여 우리 측으로 송환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