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복구 상황 두고 '책임론' 제기…현장 복구에만 전념
포스코 국내 산업계 무게감 영향…조기 복구 및 현장 안전에 사활
두 경영진 진두지휘 아래 복구 작업 전후 현장 안전사고·인명피해 전무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난 태풍 힌남로의 직격탄을 맞는 등 화마와 수마가 휩쓸고 간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복구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일부 제품은 이미 생산에 들어가는 등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이런 행보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의 발빠른 현장대응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과 복구 상황 등을 두고 여러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두 사람은 현장 복구에만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계속되는 악재에 경영진 퇴진까지 거론되고 있어 이에 대한 해명이 우선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산업계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현장 안전과 조업 정상화에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그들의 노력에 포항제철소는 지금까지 어떠한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 17일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포항제철소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에서 직원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19일 관련업계와 포스코 등에 따르면 포항제철소는 태풍으로 인한 사고 발생 5일 만인 지난 12일부로 전 고로 정상 가동 체제에 돌입하며 반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15일부터는 쇳물의 성분을 조정하고 고체 형태의 반제품(슬라브 등)으로 생산하는 제강과 연주 공장도 모두 복구를 마치면서 선강부문은 완전히 정상화됐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3전기강판공장도 같은 날 가동을 시작했다. 17일에는 2전기강판공장 일부도 가동됐다.

이는 민·관·군의 든든한 지원과 광양제철소, 그룹사, 협력사 임직원들이 복구에 매진한 결과다. 이들은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며 제철소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한 건 최정우 회장과 김학동 부회장이다. 

최정우 회장은 사고 발생 직후 포항제철소를 찾아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직원들의 안전을 살폈다. 현장에서 바로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으며 김학동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태풍재해복구전담팀(TF)'을 구성했다. 김 부회장은 지금껏 현장에서 복구 상황을 총괄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번 태풍피해 책임을 포스코로 돌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정권에 임명된 '최정우 체제 흔들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에 맞서 대응하기보다 현장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가 가지는 국내 산업계의 무게감 때문이다. 

포항제철소는 국내철강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담당한다. 자동차 부품에 들어가는 선재와 스테인리스스틸, 전기차용 모터에 들어가는 전기강판은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된다. 복구가 늦어질 수록 국내 산업계는 도미노 타격이 불가피하다. 포스코만 해도 2조 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경영진 책임론' 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묵묵히 조업 정상화에만 전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침수와 관련해선 인과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포스코는 자체적으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그 결과 인근의 냉천 범람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제철소 옆 냉천이 폭우로 넘치면서 제철소에 물이 들어찬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이 지역은 포항시가 2012년부터 추진한 냉천 공원화 사업으로 수변공원 등이 조성되면서 하천 폭은 줄어들고, 유속이 빨라져 폭우에 취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이 같은 자체조사는 폭우에 따른 명백한 천재지변임에도 이를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오히려 설립된 지 반백년이 된 포항제철소가 역대급 수해에 이 정도 피해에 그친 것이 다행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태풍에 따른 포항 지역 누적 강수량은 378.7㎜로, 과거 냉천이 범람했던 2012년 태풍 '산바' 때 누적 강수량 141㎜, 2016년 태풍 '차바' 누적 강수량 155.3㎜, 2018년 태풍 '콩레이' 당시 누적 강수량 179.4㎜ 보다 기본 2배나 더 많았다.  

그럼에도 대형 화재나 인명 피해로까지 번지지 않은 건 태풍에 앞서 포항제철소 공장장 이상 임직원들이 태풍종합상황실 및 각 공장에서 비상 대기에 나선 게 적중했다.

특히 사전 전공정 가동 중단 지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만약 이를 중단하지 않았다면 정전으로 인해 고로의 경우 송풍 설비가 정지하면서 쇳물이 외부로 역류해 화재와 폭발이 발생할 수 있었다. 

   
▲ (왼쪽부터)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15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을 만나 태풍 피해 공동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포항시 제공


제강공장 역시 쇳물을 담는 용기인 래들이 흔들려 공장 바닥으로 유출돼 대형 화재나 폭발이 발생될 수 있었다. 압연공장에서도 가열로 내부에서 슬라브(철강 반제품)가 휘어버리고, 가열로 내화물이 손상돼 장기간 조업재개가 어려워 질 수 있었다. 

또 지하에 침수된 압연공장의 모터들도 가동 중이었다면, 재생 불가능한 상태로 망가져 압연공장의 복구는 기약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태풍 당시 뿐만 아니라 복구 작업이 한창인 현재까지 안전사고 한번 나지 않았다는 점은 최 회장과 김 부회장의 현장 관리가 매우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량의 토사 및 하천수가 공장 기계들과 뒤범벅이 된 상황으로 감전과 이물질 유입에 따른 화재 가능성 등이 우려되고 있지만, 지금껏 안전사고 및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산업계에선 침수 이후 현재까지 24시간 복구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을 탓하기'보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조기 복구를 위한 지원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를 비롯해 조선등 산업계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정부의 조기 복구 지원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정치 논리로 풀어갈 것이 아닌 산업을 생각하고 활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17일에도 포항제철소를 찾아 복구 활동에 참여했다. 

복구 작업 후 직원들과 도시락 식사를 함께 한 최 회장은 "직원들의 모습과 현 상황을 바라보니 억장이 무너진다. 복구 작업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며 "천재지변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국가경제 영향 최소화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복구활동을 지속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위기일 때 우리 포스코인들이 다시 한번 하나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포스코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복구활동 중에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임을 잊지 말고 꼭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작업에 임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포스코는 당분간 그룹 내 전계열사가 동참해 포항제철소 복구에 매진한다. 현재 압연라인 복구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9월말 1냉연과 2전기강판, 10월 중 1열연과 2·3후판, 11월중 1·4선재 및 2냉연, 12월초 3선재, 스테인리스 2냉연 및 2열연공장 등의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19일부터 9월 말까지 총 3000여 명의 그룹 임직원들이 제철소 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3개월 내 정상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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