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내놓았던 '태양광 돛단배' 아이디어가 40년 만에 실물로 만들어져 우주 공간에서 시험 비행을 한다.
8일(현지시간) 천문학 진흥과 대중화를 위한 비영리단체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는 칼 세이건(1934∼1996)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형 우주비행체 '라이트 세일'(LightSail)의 시험비행 계획을 발표했다.
라이트 세일은 세이건이 1976년 조니 카슨이 진행하는 인기 심야 토크쇼 '더 투나잇 쇼'에 출연해 설명한 우주선 구상이다.
빛은 일반적인 의미의 질량인 정지 질량(rest mass)은 없지만 운동량(momentum)과 에너지는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물체는 빛의 운동량을 전달받아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마치 배의 돛이 움직이는 공기(바람)로부터 운동량을 전달받아 추진력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빛이 운동량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이론뿐 아니라 실험으로도 확고히 입증된지 100여년이 됐으며, 우주공간을 비행하는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에서도 이에 따른 효과가 나타난다.
전자기학을 확립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1831∼1879)이 빛의 운동량에 관해 이론적 설명을 내놓은 직후인 1865년 프랑스의 소설가 쥘 베른(1828∼1905)은 "언젠가는 이를 이용해 달, 행성들, 항성들로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후 비슷한 아이디어가 거론된 적은 많지만 실제로 공식적으로 추진된 것은 칼 세이건이 내놓은 제안이 계기가 됐다.
전기 절연 재료인 마일라(mylar)로 만들어진 평평하고 넓은 돛으로 추진되는 우주선을 만들어 핼리혜성과 랑데부를 하도록 하자는 세이건의 제안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산하 연구기관인 제트추진연구소에서 검토됐고, 이에 따라 실제 기술적 설계 작업도 어느 정도 이뤄졌으나 실현은 되지 않았다.
행성협회는 일단 이번 달 애틀러스 V 501 로켓에 이를 실어 대기권 상층부에서 기기 작동을 시험할 예정이다. 발사 계획은 5월 20일로 일단 잡혀 있으나, 발사 일정이 기상 등 여건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흔해 바뀔 수도 있다.
이번에 행성협회가 쏘아 올릴 라이트세일은 한 변의 길이가 약 10cm인 정육면체 꼴의 초소형 위성들을 세 개 겹쳐 놓은 것으로, 여기에 태양광 돛이 부착돼 테스트가 이뤄진다.
라이트세일은 일단 우주 공간으로 나가면 마일라로 된 4개의 삼각형 돛을 펼치게 된다. 돛의 두께는 4.5 마이크로미터(㎛)로 보통 쓰레기봉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될 수 있는대로 가볍게 해서 가속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행성협회는 이어 2016년에는 실제 우주공간 탐사가 가능한 '프록스-1'이라는 소형 인공위성에 라이트세일을 부착한 후 로켓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다.
발사 로켓은 민간 우주비행 업체 스페이스엑스가 개발한 '팰컨 헤비'이며, 이 로켓은 대기의 마찰력을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약 720km 상공으로 프록스-1과 라이트세일을 쏘아올리게 된다.
이어 프록스-1은 라이트세일을 개방된 우주 공간으로 풀어 주며, 라이트세일이 태양광 돛을 펴는 순간을 프록스-1이 사진으로 포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