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수요 감소에 부채 줄지만 취약계층 대출수요 부진 우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대출금리가 0.50%포인트(p) 오르면 약 8조원의 대출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내외 경기 악화로 채권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다음달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p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대출 억제 효과는 커질 전망이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은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3%일 때 금리가 0.50%p 오르면 대출 증가액은 34조 1000억원에서 26조 3000억원으로 약 7조 80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출금리가 0.50%포인트(p) 오르면 약 8조원의 대출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은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의 가계부채 평균 증감 규모를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대출금리가 3%일 때 대출은 분기당 평균 34조 1000억원 늘어나는데, 금리가 오르면 대출 증가세가 일정 폭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금리 상승폭이 클수록 대출 억제 효과도 배가 됐다. 대출금리가 0.25%p 오른 3.25%가 되면 3조 6000억원의 억제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0.75%p 오르면 12조 6000억원이 억제됐다. 특히 금리가 1.00%p까지 치솟을 경우 대출이 억제되는 대출액이 18조 1000억원에 달해 분기당 대출 증가량이 16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출금리가 4%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억제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 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KORIBOR) 금리도 매월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대출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 가계대출 금리 수준별 대출 증감규모/자료=국회 홍성국 의원실 제공


이날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금융채(KORIBOR) 3·6·12개월물 금리는 각각 3.15% 3.75% 4.40%를 기록했다. 올해 연초(1월) 평균금리가 3개월물 1.45%, 6개월물 1.62%, 12개월물 1.80%였던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금융채 금리는 지난 5월 3·6개월물이 각각 1.74% 1.94%로 1%대를 유지했지만 6월부터 2.08%, 2.37%로 크게 치솟았다. 1년물 금리는 이달 23일부터 4%를 돌파한 상태다. 

미국이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금리를 0.75%p 인상)을 밟는 등 긴축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달 열리는 회의에서 사상 두 번째로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대출금리도 당분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 올해 1월부터 9월 28일까지의 금융채 3개월·6개월·12개월물 금리. 1년물 금리는 지난 23일 4%를 돌파했다./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제공

궁극적으로 잇단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으로선 대출시장 이용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 의원은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생활에 필수적인 대출마저 참고 꺼리거나, 고금리로 대출 장벽이 높아져 돈을 빌리지 못한 취약계층의 삶이 더 곤궁해질 수 있다"며 "금리인상의 고통이 제도권 금융시스템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에 가혹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적 금융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 급상승으로 금융시장 전체의 균형과 안정성이 낮아진 점에 정책 당국은 주목하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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