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달러 연동 유류비 지출 규모 커질 전망
정유업계, 급격한 물가 상승에 손익분기점도 올라
석화업계, 판가 인상에 "고유가, 나쁘지만은 않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석유 수출국들이 일제히 원유 감산을 의결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요동 치고 있다. 때문에 유가에 민감한 업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고,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펙 플러스(OPEC+)는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씩 감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1배럴에 두바이유는 92.12달러,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88.24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94.1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석유 제품에 관한 여러 업종이 타격을 받게 된다.

   
▲ 대한항공 B737-8./사진=대한항공 제공

◇항공업계 유류 할증료 인상 우려

우선 항공업계의 경우 여객기와 화물기 운용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국제민간항공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항공 유가는 전주 대비 2.1% 올라 배럴당 평균 130.04달러로 나타났다.

올해 6월 말 평가 환율 기준 대한항공은 기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350억 원 가량 손실을 입는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1달러당 1292.9원을 적용했을 때이고, 현재는 1410원대로 올라 환차손 규모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항공의 5개년 평균 연간 유류 소모량은 약 2800만 배럴인데, 연료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오르면 유류 할증료도 덩달아 오른다. 따라서 항공 사업의 꽃인 여객 부문은 당분간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나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운송 부문에서 흑자를 내고 있지만 사실상 여객 운송이 사업의 전부인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자본 잠식을 걱정하며 유상 증자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 LCC들은 고난의 행군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유 공장 전경./사진=GS칼텍스 제공

◇ 오락가락 유가, 정제마진 회복 요원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2조3203억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정유 4사는 실적 하락 걱정에 비상이다. 배럴당 정제 마진은 6월 마지막 주에 2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9월 셋째 주에는 0달러로 곤두박질쳐서다. 정유사마다 다르나 최근 운임과 인건비 등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정제 마진이 배럴당 5달러 가량은 돼야 손익 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는 전언이다.

9월 말부터 급등한 환율로 인해 재고 평가 손실이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과 동시에 중국 정부가 아시아 역내 석유 제품 수출량을 늘려 판매 단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9월 마지막 주 기준 싱가포르 정제 마진은 2달러 선으로 올랐다"며 "3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지 않고, 4분기에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 공장 전경./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이 반갑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관망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납사(나프타) 분해 설비(NCC)들로부터 정제된 원료를 공급 받아 석화 제품으로 만드는데, 국제 원유 가격이 변동을 보여도 부산물을 구하는 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린다. 이 같은 이유로 석화업계는 생산·운영 계획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정제 마진이 바닥을 치는 정유업계만큼 초상집 분위기는 아니지만 유가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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