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내츄럴엔도텍은 엄밀히 말해서 제약·바이오 업종에 속한 종목이 아닌 건강식품 판매 기업이었죠. 주가도 비쌌고 홈쇼핑에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큰 수익성을 올리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무엇보다 단일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로우프라이스펀드의 운용을 책임지는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조현선 주식운용본부장(사진)은 펀드에 내츄럴엔도텍을 편입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종(異種)까지의 사업다각화는 갖추지 못했더라도 어느 정도의 부수적인 사업을 준비하지 못한 업체에 대한 투자는 선호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물론 주가도 ‘가짜 백수오’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2만5000원을 한참 넘겼으니 편입 대상 종목이 아니었다.

최근 펀드시장의 화제는 단연 로우프라이스펀드다. 이 펀드는 중소형주 가운데 주당 2만5000원 미만의 우량 저가주에 주로 투자한다. 무엇보다 다른 중소형주펀드와 차별되는 것은 가치주가 아니라 성장주 위주로 편입한다는 점이다.

가치주펀드는 수익률이 꾸준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승장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과거만큼 수익률이 나오지 않으면서 최근에는 대형 가치주펀드에서 대거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이에 비해 로우프라이스펀드는 가치주보다는 성장주에 주목하면서 최근 3년 수익률이 120%, 최근 1년 수익률이 40%를 넘어설 정도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높은 수익률에 자금이 몰리면서 순자산이 주식형은 17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 3월에 출시한 채권혼합형도 로우프라이스펀드의 브랜드를 등에 업고 불과 두 달여 만에 76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 펀드는 전 세계 저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피델리티 로우 프라이스 스톡 펀드’를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염두에 뒀던 것은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추세라는 배경이다. 단기간에 이 같은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단순한 가격보다는 세 가지 추세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종목을 찾는데 주력했다.

조 본부장은 “당분간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추세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어서 큰 흐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종목을 찾았다”며 “필수 소재비 중 특히 중국 소비주, 고령화 관련 제약 바이오주 등 저금리 구조 하에서는 중소형주가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중소형펀드가 앞으로 1~2년 동안 대형주 펀드의 수익률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의 주식형펀드는 대형주를 주로 편입하고 중소형주를 시세차익을 올리기 위한 단기 트레이딩 목적으로 보유했다. 대형주가 상승하는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로우프라이스펀드는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오히려 대형주를 활용한다.

조 본부장은 “고객을 위해 펀드의 변동성을 줄이고 믿음을 실어주기 위해 로우프라이스펀드에 25% 정도는 대형주를 편입한다”며 “사실 중소형 종목에 올인하더라도 충분히 시장수익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보지만 변동성을 너무 높게 가져가면 안 될 것 같아 대형주를 일정부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상위 1~20위 종목이 전체 시종의 48%나 되는 데 철강, 화학업종에 속하는 종목이 아직 그대로 들어있다”며 “과거와 같은 성장성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는데 모두 동의하는 상황에서 이런 종목이 맞춰 투자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은 기존 기업에 자금을 쏟아 부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과거와 같이 중후장대 사업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해서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때가 아닌 만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에 적극 투자하는 등 국내시장 자금운용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기업공개가 아닌 신기술을 가진 기업이 활발하게 시장으로 유입돼 시장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펀드의 높은 수익률에 대해서는 “시장도 좋았고 펀드매니저들이 열심히 했다. 대형운용사 매니저보다 중소형 운용사 매니저들이 헝그리 정신이 강하다”며 “매니저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 적어 오히려 시장흐름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절대주가 2만5000원이하의 종목만 편입하지만 가치주가 아닌 성장주를 위주로 편입하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미래에 집중한다. 재무제표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은 참고 자료일 뿐이다.

조 본부장은 “PER, PBR을 전혀 안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가치는 아니다. PER, PBR은 과거를 보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 70% 과거 10% 현재 20%를 본다”며 “매출액 성장률이 얼마나 되느냐에 가장 주목한다.매출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영업이익, 순이익이 늘어난 다는 것이다. 향후 매출이 증가할 기업을 찾고자 노력한다”고 전했다.

최근에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화장품과 바이오주에 대해서는 주가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이 이를 뒷받침 해줄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화장품을 여자들이 한번 쓰기 시작하면 2~3년 안에 바꾸기 어렵다”며 “우리는 중국 시장을 갖고 있다. 화장품의 고평가를 논하기보다는 화장품 이후에 중국에서 성장할 수 있는 업종이나 종목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되는 기업에 고평가를 따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중국 관련 소비주는 앞으로도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해외에는 제약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PER 1000배 넘어가는 게 많다”며 “미국의 제약 바이오는 성숙단계에 들어섰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성장기 초기다. 제약, 바이오 기업은 고평가를 따질 단계가 아니고 성장성에 포커스를 맞춰야 될 때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주식형펀드 환매에 대해서는 운용사와 고객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운용사가 수익을 꾸준히 내지 못해 고객의 불신감이 여전한데다 고객 역시 여전히 단기투자를 선호하는 것을 최근 펀드 환매의 원인으로 꼽았다.  때문에 로우프라이스펀드는 어느 시점에 투자한 고객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지 않도록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우프라이스펀드에 순자산이 3000억원을 넘어설 경우 더 이상 자금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 펀드가 대형화될수록 편입할 수 있는 종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조 본부장은 “나중에 펀드에 투자한 사람이 이전 투자자의 수익률을 뒷받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고객이 돈을 벌어야 회사가 버는 거다. 고객 신뢰감 쌓아야 회사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단기간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면 물론 좋은 일이지만 결국은 고객뿐 아니라 다음에 운용할 후임자에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