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채권시장이 심상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하락 추세를 이어온 선진국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덩달아 한국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선진국 금리 상승이 경기 회복의 시그널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유동성 파티의 끝을 알리는 신호가 될까 두렵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시장 금리 상승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먼저, 주요 위험지표들의 절대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위험지표로는 변동성지수와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 위험지표들은 주가를 예측하는데 유용하다. 특히 이들 지표는 주가의 상승보다는 하락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된다.

주가가 하락하기에 앞서 이들 지표가 크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선진국의 변동성지수와 CDS 프리미엄은 역사적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아직은 두려움을 갖기에 이르다. 한국의 변동성지수와 CDS 프리미엄은 주요 선진국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다음으로 금리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고(steepening)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리 곡선의 기울기는 장단기 금리차로도 나타낼 수 있는데, 장단기 금리차는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주된 항목으로서 경기 예측력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경기가 나쁘면 장기로 돈을 빌려 투자하려는 수요는 줄고, 단기 금리는 통화 정책을 반영해 변동이 작기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가 영(0)에 가깝거나 음(-)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때는 장기로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아진다. 최근의 금리 상승은 단기 금리보다는 장기 금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앞선다.

   
▲ 미국의 경우, 90년대부터 이어온 금리 상승 시기에 주가는 오히려 평균적으로 크게 상승했다./사진=연합뉴스TV 캡처

마지막으로,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신흥국 중에서 기초경제체력(fundamental)이 우수한 국가로, 최근 선진국의 금리 인상은 오히려 주식시장 수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위험 조정 성과가 높은 자산일수록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최적이다.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낮은 신흥국의 주식투자 비중은 줄이고 상대적으로 위험 조정 성과가 높은 한국의 투자 비중을 증가시킬 유인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시장 금리 상승으로 선진국의 투자 비중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흥국으로 분류된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은 커질 수 있다.

막연한 두려움은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금리 상승을 빌미로 코스피가 박스권으로 회귀한 모습이 못내 아쉽지만, 투자 기간을 길게 보면 사소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90년대부터 이어온 금리 상승 시기에 주가는 오히려 평균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변동성지수 및 CDS 프리미엄과 같은 위험지표가 크게 상승하거나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투자금을 본격적으로 회수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두려움을 가져도 늦지 않다. [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