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도지사 책임론 제기는 전임자 책임 떠넘기기식 '마녀 사냥'
   
▲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강원도 춘천에 중도(中島)라는 섬이 있다. 친구 또는 연인들의 추억 쌓기 유원지로 유명한 곳이다. 강원도는 이곳에 2011년부터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와 놀이공원 레고랜드 건설을 추진했다. 롯데월드, 에버랜드, 디즈니랜드 등도 거론됐지만 실질 협상에 들어가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레고랜드'와 최종 계약하기에 이르렀다. 

레고랜드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당시 도지사는 상당한 정도의 방문객이 올 것을 언론과 주민들에 선전하며 밀어붙였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GJC)'를 설립하고 2015년 개장을 목표로 전면에서 뛰었다. 

그런데 2014년 레고랜드 공사 시작 전 유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되었다. 청동기시대 집터와 방어시설, 무덤 등이 확인되었고 지역의 시민단체는 '개발과 보전'으로 나뉘어 논쟁했다. 

결국 유적지의 일부는 보존, 나머지는 1m의 흙을 덮고 그 위에 레고랜드를 건설하는 것으로 공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사는 지연됐고 잇따라 개장도 늦어져 공사비 및 운영비용이 크게 불어났다.

자금이 부족 직면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2020년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2050억 원의 채권(자산유동화기업어음, ABCP)을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강원도는 직접 보증을 섰다. 당시 도지사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 개장한 레고랜드는 주차 문제, 잦은 시설 고장, 고액 입장료 등으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게 되었다. 강원도는 추억의 중도는 잃어버리고 부채만 떠안게 되었다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볼멘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당선 후 과도한 지방정부 부채 진단과 해결에 나선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는 전임 도지사가 약속한 레고랜드 건설 지급보증 2050억이 정당한 채무인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강원도가 무작정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보증채무를 반드시 늦어도 2023년 1월 23일까지 이행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세간의 지급보증 거부에 따른 채권시장 자금경색과 관련한 김진태 현 강원 도지사 책임론은 번지수가 잘못된 책임론이다. 2050억이 정당한 채무인지를 검토하고 도민의 입장에서 과도한 지방정부 부채 해결에 나선 새 지사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주객전도 책임론이다. 

"보증채무를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지속적으로 했음에도 채권시장 자금 경색을 넘어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무리한 지급보증이라는 사태를 만든 장본인은 제쳐두고 불을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방수를 비난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 강원도가 28일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김진태 지사의 '정치적 의도에 의한 고의부도'라는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반박에 나섰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김진태발 금융 위기 사태 긴급 진상 조사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물론 김진태 지사가 전개될 채권시장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또 금융감독원에 자문도 구하지 않고 급하게 밀어 붙여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 역시 결과론일 뿐이다.

먼저 "채권시장의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채권시장 경색에 수많은 다른 요인들이 있음에도 우연히 근처에 서있어 방화범으로 몰리는 것과 같다. 작금 채권시장의 자금경색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금융비용부담 급증과 금리 추가인상 전망으로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채권수요 감소"가 주 원인이다. 장마로 충분히 약해진 지반 상황에 가하는 가벼운 가래질이 산사태를 초래하듯 "레고랜드 2050억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 자금경색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을지언정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는 비난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할 때 채권시장이 경색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 적도 없다. 그리고 이번 채권시장 경색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난받고 있는데 자문을 받았어도 소용이 없었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문을 받았어야 한다"는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다.  

"고의 파산" 또는 "파산을 통해 보증채무 변제 거부를 밀어붙였다"는 비난도 적절하지 않다. 김진태 지사는 "처음부터 GJC 보증채무를 이행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대신 2050억원 채무보증이 정당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청이 할 수 있는 "회생 신청은 계속한다"고 했다. 

특히 과도한 양보와 채무 보증이라는 '레고랜드 불공정 계약을 재검토'는 춘천시 국회의원 시절부터 도지사 후보 시절까지 일관되게 "도의원,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협력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던 공약이다. 공약 이행을 두고 "(시장 상황도 검토하지 않고) 급하게 밀어 붙쳤다"는 비판을 하기는 어렵다.  

결국 야당이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와 관련 현 강원도지사를 비난하고 윤석열 정부와 연계시켜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여야 대치 국면에서 '국민 시선 돌리기'를 위한 책임 떠넘기기 '마녀 사냥'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이러한 경제 이슈의 정치 쟁점화로 래고랜드 부실 사태의 본질이 왜곡되고 원인 제공 책임이 묻히게 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레고랜드 건설이 "무리한 자금조달과 계약이었다"라는 것은 기존 210억원의 지급 보증액을 2050억원으로 증액할 때 강원 도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행정이 감사원에 적발되어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도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무보증이 적법 한가 법적으로 정당성을 갖는지 추후에라도 문제 제기가 있어야 했다. 

레고랜드를 가진 춘천시 주민들은 이번 사태로 인지도가 낮아져 내방객이 줄어들고 레고랜드 본사의 추가적인 투자도 멈추게 되어 미래가 불안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그로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강원도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