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없는 '검은 리본' 착용 지침…행정력 소모 비판 잇따라
인사혁신처 "문의 많아 설명 한 것…규격 상관 없어" 해명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인사혁신처가 행정안전부를 통해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착용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이 혼란을 과중시킨 행정력 소모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30일 이태원 압사 사고 애도 기간 추모 분위기 조성을 위해 검은 리본 착용 지침을 행정안전부를 통해 내린 바 있다.

해당 지침에는 근조와 추모 등 ‘글자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할 것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무원들이 착용해야 할 리본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사유로는 ‘통일성’을 들었다.  

   
▲ 10월 30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럽 출장 도중 급히 귀국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문제는 일부 지자체와 중앙부처에서 검은 리본 지침 탓에 사고 수습에 앞서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일선 공무원들은 기존 구비됐던 글자가 적힌 검은 리본 대신 ‘글자 없는’ 리본 확보를 위해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이를 미처 확보치 못한 경우에는 착용 중이던 기존 리본을 급히 뒤집어 사용하는 등 소란이 발생키도 했다. 

더불어 검은 리본 지침은 혼란만 가중시켰을 뿐 실효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 3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럽 출장에서 긴급 귀국 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책회의를 가질 당시, 한 총리는 검은 리본을 오 시장은 ‘근조(謹弔)’ 글씨가 적힌 리본을 착용했다. 지침의 목적이던 통일성조차 달성치 못한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인사처의 검은 리본 지침은 과도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쓰라는 지침까지 내려 행정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며 정부의 행정력이 사고 수습에 집중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행정력 소모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인사혁신처는 1일 오전 설명자료를 통해 ‘검은 리본’ 소동을 해명했다.

인사혁신처는 “이태원 사고에 대한 국가 애도 기간 중 전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하도록 안내했다”며 “안내 후 문의가 많아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토록 설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태원 사고에 대한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검은색 리본이면 그 규격 등에 관계없이 착용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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