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기연 "태양광 철거, 감전 우려 상존…전문 인력 있어야"
태양광산업협회 "환경부, 조합 설립 훼방…업계 중심돼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산림비전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는 한국태양광산업협회·한국태양에너지학회·사단법인 전국태양광발전협회·사단법인 한국태양광공사협회·KPVS·한국태양에너지학회가 주관한 '바람직한 태양광 재활용 제도(EPR) 국회 토론회'가 23일 개최됐다.

이날 홍성민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은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과 RE100 등 무역 장벽이 생겨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근간으로 재생 에너지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는 등 2050년 전체 전기 생산량 중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총 14테라 와트(TW)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등과 2017년부터 폐 태양광 모듈 처리 문제를 논의해왔지만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이 자리를 빌어 올바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 이진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바람직한 태양광 재활용 시스템 구축과 운영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발제를 담당한 이진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바람직한 태양광 재활용 시스템 구축과 운영 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국산 태양광 시설 설치량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실제 보급량도 상당하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의 대표 주자격인 태양광 발전소에 쓰이는 패널은 설계 수명이 있어 향후에는 전량 폐기물이 된다는 문제가 생겨난다.

글로벌 폐 태양광 패널은 2030년 최대 800만 톤, 2050년에는 최대 7800만 톤 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올해 409톤, 내년 중에는 988톤, 2024년부터는 연간 1000톤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연구원은 "유럽에서는 개정 WEEE 지침에 따라 시장 진입량의 65% 또는 발생 폐기물의 85%를 수거함을 목표로 잡았고, 회수율은 85%로 설정했다"며 "미국에는 국가 차원의 폐 패널 대책은 없지만 주 정부와 산업체를 중심으로 재활용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일본 재사용 모듈 시장 현황./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국내에서는 2019년 12월 전기·전자 제품·자동차 자원 순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에 따라 2023년부터 폐 패널을 80% 재활용하는 게 의무화 됐다. 이와 관련, 1000킬로 와트(kW)였던 리파워링 업체들의 철거 용량은 2019년까지 1만kW까지 확대돼 재사용 모듈 시장도 급성장했지만 2020년부터는 하향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900kW, 올해는 단 한 건도 실적이 없다. 

이 연구원은 "이는 폐 페널 재활용이 전과 달리 현재 경제 상황이나 에너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에서 철거한 폐 모듈은 주로 아프리카나 동남아로 수출되는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해외로 나간다는 점에서 국제 분쟁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폐 모듈 재사용 표준화와 관련,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는 초기 출력의 70% 이상의 효율을 지닌 PV 모듈만 재사용 대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초안이 제출된 상태다.

유럽에서는 폐 패널의 주요 소재인 유리와 실리콘을 선택적으로 회수하던 관례가 있었으나 기술 발전으로 98%를 재활용하게 됐다. 이는 건자재나 2차 전지 음극 재료 등 타 분야에도 쓰인다는 설명이다. 카드늄의 유해성을 인식한 미국 퍼스트 솔라는 제조와 사후 관리를 일원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내놨다. 이 회사를 포함,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폐 패널 처리 실적을 나타내고 있고, 기술 발전도 꾸준히 이뤄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충청북도·진천군·충북테크노파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한국산업기술시험원·녹색에너지연구원·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한국법제연구원이 태양광 재활용 센터 구축 기반 조성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윤진테크·원광에스앤티 등 2개 민간 기업도 재활용 처리가 가능해 2023년 EPR 제도 시행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태양광 철거 절차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업체별 경험에 의존한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돼 감전 등 전기적 위험성이 상존하는 영역이 상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DC 측은 빛만 조사되면 전압이 발생하고 있는 활선 상태"리며 "조달청 니리장터 태양광 설비 철거 발주 공고에는 전기공사업 면허를 자격으로 명시해뒀다"고 말했다.이어 "한국전기설비규정(KEC)상 DC 700와트(W) 수준은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하는 위험한 전압"이라며 감전으로 인한 심장마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반 전자 제품과 달리 철거 시 전기공사사업법에 준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산림비전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 '바람직한 태양광 재활용 제도(EPR)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신동진 에스에너지 본부장은 '태양광 모듈 EPR 제도 운영 시 고려 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신 본부장은 "폐 모듈은 수명 종료를 의미하기 때문에 재활용으로 사장하기 보다는 수리를 통해 재사용 기회를 먼저 살려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중고 모듈을 수출해 개발 도상국에 국가에 에너지 복지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중고 모듈 시장 가격은 신품 대비 10~50%여서 발전 단가를 낮출 수 있고, 발전소 수명도 연장해 환경 부담도 경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본부장은 "정부는 폐 모듈 재사용을 우선 유도하고, 철거·회수 물류 최적화를 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기준과 운영 규칙 설정을 위한 태양광 모듈 제조·시공·유지·보수 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고, 이를 조정할 사령탑도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태양광 EPR은 이름처럼 태양광 생태계 이해에 기반해 업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모듈 산업과 시장에 기여하고, 생산과 폐기까지 업계가 중심이 되는 공제조합을 만들어 자원 순환 경제에 이바지 하도록 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정책 일관성을 잃고 훼방을 놓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19년 8월 28일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태양광산업협회와 '태양광 패널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 도입을 위한 업무 협약(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환경부는 태양광 폐모듈 재활용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업계 중심의 공제조합 설립 인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 관련 사업권을 내주려고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우리도 전기전자제품순환공제조합에서 실질적으로 지금 태양광 재활용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며 "지난 9월 해당 공제조합에서 태양광 기업들을 집합시켜 재활용 자원순환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라고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마재정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태양광 공제조합 설립과 관련, 우리 부처에서는 인가 조건에 대해 올 상반기 중 업계에 설명했고, 인가 신청서가 들어와서 검토 단계에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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