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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00여명 부산행에 사외이사 사퇴까지…풍전등화 산업은행
류준현 기자 | 2022-11-28 14:21
내일 이사회서 부산이전 의결…노조 "법 개정 전 부산이전은 직권남용"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내년부터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 지역의 영업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지역 배정인원으로 100여명을 차출한다는 내부문서가 공개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은지부를 비롯한 산은 직원들은 "산은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부산이전은 강석훈 회장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이전 결사 반대에 나섰다. 노사가 강대강 대치를 보이는 가운데, 오는 29일 산은 이사회가 부산이전 관련 내용 의결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은지부를 비롯한 산은 직원들은 "산은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부산이전은 강석훈 회장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이전 결사 반대에 나섰다./사진=산은 노조 제공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노조는 이날 아침 산은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선거 캠페인을 하던 대선 후보가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그 본점의 부산 이전을 약속했고, 당선되면서 공약은 국정과제가 됐다"며 "대선캠프 출신 정치인이 회장으로 온 후 '추진단'이 만들어졌고, 국회는 회장에게  법 개정 논의도 없이 수 백명을 꼼수 이전한다는 소문이 사실인지를 따져 물었으나 아니라고 둘러 댔다. 말장난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 회장은 '동남권 영업 확대'라는 누가 봐도 억지스런 명분을 붙여 지원부서 신설 및 100여명 규모의 인원 부산 배치라는 조직개편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노조가 확보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산은은 오는 29일 이사회에서 동남권투자금융센터 신설 등 동남권 영업조직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개편안은 '동남권 복합금융(CIB) 및 해양산업금융 영업력 강화'를 기치로, △중소중견금융부문 확대개편 △동남권지역본부 영업점 정비 △해양산업금융본부 영업조직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이에 현행 '1부문 2본부 1부/실 7지점' 체제가 '1부문 2본부 4부/실 4지점' 형태로 개편된다. 개편안에 따라, 기존 부울경 지역 근무 인원의 절반에 달하는 100명이 추가 배치될 전망이다.


노조는 "본점 부산 이전은 산업은행이라는 조직의 경쟁력과 건전성을 훼손하고 위상과 역할에 있어 부정적 변화를 초래한다"며 "곧 시작될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산업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경쟁력이 떨어지고 우량자산을 시중은행으로 넘겨 역할이 줄어들고 적자가 발생하면 조직의 존폐 위기까지 닥칠 수 있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 회장이 말하는 조선·해운 담당 기업금융, 선박금융, 벤처, 지역개발, 녹색금융 거래처들 대부분은 서울에 본점이나 자금팀이 상주하고 있어 부산으로 가는 순간 오히려 고객들이 이탈할 수도 있다"며 "부산에는 이미 산은의 충분한 조직과 인원이 지역경제와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은지부를 비롯한 산은 직원들은 "산은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부산이전은 강석훈 회장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이전 결사 반대에 나섰다./사진=산은 노조 제공


조윤승 산은지부 위원장은 이날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영구채 콜옵션 미행사 건 등으로) 채권시장이 워낙 경색돼 산금채마저 발행하기 쉽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는 신용위기로 이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면서도 "정부와 금융위, 강석훈 회장은 경제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사회를 앞두고 지난 24일 사외이사 한 명이 급작스레 사임한 것으로 알려져, 직원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해당 사외이사는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고 알려졌지만, 임기가 7개월 이상 남은 터라 강 회장과의 대립이 극심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조 위원장은 "원래 부서 한 두 개 신설하거나 옮기는 것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 아니고 회장이 결재하고 추진하면 된다"면서도 "굳이 이사회에서 의결하려고 올리는 회장과 임기가 7개월이나 남은 사외이사께서 이게 뭐라고 사임까지 하는 눈치 싸움이 아주 볼 만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강석훈 회장도 동남권 발전이라고 포장은 했지만 이번 조직개편이 산은법 개정 전에 무리하게 추진하는 부산 이전 시도이며 혼자서 그 책임을 온전히 떠맡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느끼고 있다는 뜻일 것"이라며 "사외이사들은 그게 배임일지 직권남용이 될 지 알 수 없는 책임을 굳이 회장과 함께 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회장이 부서 신설 및 조직개편을 단행할 수 있음에도, 이사회 의결을 택했다는 점에서 홀로 책임을 떠맡기 부담스러웠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조 측은 이사회 위원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내놨다. 조 위원장은 "이사 개개인께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고 의결했다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강 회장이 노동조합의 경고를 무시한 채 이사회 결의를 강행하려 한다면 노동조합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사회를 저지할 것"이라며 "사내·사외이사 전원에 대한 배임, 직권남용 혐의 고소고발과 퇴진운동을 벌여 불법적 본점 꼼수 이전 기도를 반드시 분쇄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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