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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 보금자리론 LTV 80%…실수요자 움직일까
류준현 기자 | 2022-11-28 14:22
규제완화에도 DSR·고금리 여전히 발목, DSR 규제없는 보금자리론 눈길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시행했던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오는 29일 생애최초 서민 실수요자를 위해 대표 모기지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완화하고 대출한도를 4억 2000만원까지 확대한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부터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해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한다. 1주택자와 무주택자는 LTV를 50%까지 일으킬 수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시행했던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한다.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의 LTV를 최대 80%까지 완화하고, 금융위는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허용키로 했다./사진=김상문 기자


다만 거듭되는 금리 고공행진과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준다'는 취지로 마련된 차주(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이번 대책에 얼마나 반응할 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대출 규제 완화 방침을 담은 '개정 은행업 감독규정'을 고시하고 다음달 1일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으로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 조건)에 대한 LTV는 50%로 단일화된다. 그동안 규제지역, 보유 주택 수, 주택 가격에 따라 LTV는 20∼50% 차등 적용됐다.


또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신규 주담대도 허용된다. 대출규제 여파로 서울 등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고가의 주택을 매수하지 못했던 이른바 '현금부자'들이 은행 대출을 일으켜 서울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다주택자는 현행대로 규제지역에서 신규 주담대를 일으킬 수 없다. 


정부가 가계부채 누증을 막으면서도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온기를 전달하기 위해 'LTV 완화'를 내걸었지만, 실수요가 얼마나 반응할 지는 미지수다. 우선 DSR 규제가 40%로 유지되는 게 큰 발목을 잡고 있다. DSR는 개인의 연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원금+이자) 비율을 뜻한다. 현재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는 대출자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어선 안 된다. 


특히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점도 문제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연 5.280∼7.805%에 달한다.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5.200∼7.117%,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 보증·2년 만기) 금리는 연 5.230∼7.570%로 각각 금리상단이 7%를 넘어섰다. 


이에 돈을 내어줄 은행들도 규제완화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정책 시행일에 맞춰 여신업무 매뉴얼을 개정하고 전산시스템을 변경하는 등 대출 확대에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점에 특별 영업 지침을 내려보내거나 공격적인 마케팅 계획을 수립한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후문이다. DSR 규제·고금리 여파에 주택거래시장이 장기 침체하면서, 은행들이 대출 확대를 대비한 방책을 세우는 게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인상 여파로 주담대나 전세대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번에 한은이 베이비스텝(금리를 한번에 0.25%p 인상)에 그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이지만, 12월 금리가 반영되는 내년 1월까지 코픽스가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내년 1월까지 주담대 금리가 현 수준보다 높게 형성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주금공이 오는 29일 생애최초 구매자에 한해 보금자리론의 LTV를 최대 80%까지 완화하고, 대출한도도 4억 2000만원까지 확대하는 점은 눈여겨볼만 하다. 


담보물 소재지와 유형(아파트·다세대주택·연립 등)도 일괄 제한을 두지 않는다. 현재는 담보물 소재지와 유형에 따라 LTV가 55~70%로 차등 적용 중이고, 대출한도도 최대 3억 6000만원까지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담보물 가치가 불투명해 LTV를 적게 인정받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 등이 기피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더욱이 보금자리론은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총부채상환비율(DTI)·LTV 규제를 따르는 만큼, 부채가 적은 실수요자라면 대출한도 내에서 LTV를 80%까지 노릴 수 있다. 


DTI는 주담대 원리금에 기타대출 이자상환액을 더해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많은 돈을 대출상환에 쓰는 것을 뜻한다. DSR 규제와 동일하게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지만, 기타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더하는 DSR보다 느슨한 게 장점이다. 또 규제비율을 40~70%까지 적용해 훨씬 자유롭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금자리론의 까다로운 대출조건은 여전히 족쇄다. 주금공은 주택가격(KB시세 기준) 6억원, 연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 최대 8500만원 등) 등의 기존 요건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금리인상으로 수도권 기준 매물 호가(呼價)가 크게 떨어졌지만, 서울 등 투기지역 매물 평균가는 여전히 10억원을 초과하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7월 12억 8058만원을 정점으로, 8월 12억 7879억원, 9월 12억 7624억원, 10월 12억 6628억원을 기록 중이다. 대출 기준에 따라 경기 외각과 인천 등지에서 내 집 마련을 노려본다면 까다로운 규제 없이 대출을 일으킬 수 있을 전망이다. 


 
국고채 5년물 금리추이. 10월 금리가 연 4.28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10일을 기점으로 금리가 3%대로 내려와 지난 25일 3.67%로 마감했다./자료=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제공


더불어 금리는 가장 큰 변수다. 주금공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보금자리론을 신청하는 아낌e보금자리론의 경우 10월 현재 금리가 10년 연 4.15%부터 50년 연 4.45%까지 형성돼 있다. 지난해 1월 금리가 연 2.35~2.60%, 10월 금리가 연 3.00~3.30%에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격차다. 


보금자리론의 금리로 활용되는 국고채 5년물은 지난달 4%를 돌파했다. 이날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고채 5년물의 10월 금리는 연 4.286%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 베이비 스텝이 유력 거론되면서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금리가 3% 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언제 반등할 지 미지수다.


 
보금자리론 금리 및 판매실적 추이.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상품 금리가 급격히 오르다 8월에 꺾였다. 판매액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자료=주택금융통계시스템 제공


실제 금리인상 여파에 보금자리론 판매실적도 올들어 급격히 저조한 실정이다. 올해 8월 현재 보금자리론 잔액은 90조 4789억원을 기록해 연초 83조 8427억원 대비 약 6조 6362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월별 판매실적을 보면 올 4월부터 1조(兆)선이 무너져 8월 현재 취급액이 6693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월 1조 7141억원 대비 약 61% 급감한 셈이다. 지난 6월 한 차례 1조 637억원을 기록하며 반등했지만 7월부터 6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생애최초 보금자리론이 소득·자산 형성이 부족한 청년층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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