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60% "1년내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
금융시스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경제에 금융위기급 충격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경제 전문가 60%가 1년내 금융위기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은 높은 가계부채에 기업 돈맥경화 심화에 따른 금융시스템 부실에 주목한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위기요인과 이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국내 금융시스템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국경제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버금가는 충격이 불어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국내 금융시스템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국경제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버금가는 충격이 불어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강원도 레고랜드와 연이은 금리인상 등으로 시중 자금이 막히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통화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 요인도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금융·경제전문가 60%가 1년 내 금융시스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금융시스템 위기의 주된 요인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악화와 높은 가계부채가 지목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충격이 1년 이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 58.3%가 높다고 답했다. 국내외 금융기관 임직원과 주요 경제 전문가 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으로 지난 5월 조사 당시의 응답률(26.9%)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실제 경기 악화에 글로벌 통화긴축에 따른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연 0.5% 수준에서 1년 3개월간 2.75%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가 2.75%포인트 인상되면서 가계에 늘어난 이자는 약 37조9000억원에 달한다. 차주 1인당 평균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180만원으로 추산된다. 기업의 경우 금리인상으로 자본 조달 비용이 오른 가운데 지난달 강원도 레고랜드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단기 금융시장의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국 긴축,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대외 악재 역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물가가 크게 치솟은 가운데 이 같은 불확실성이 단기간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금리·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7%로 끌어내렸다. 국내외 주요 기관 역시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1%대로 관측한다.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내려가게 되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0.9%)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실제 각종 경제지표가 위험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제를 떠받들던 수출은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557억 달러)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10월 전년 대비 3.9% 감소한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다.

내수와 물가·고용 전망도 모두 어둡다. 3분기 우리나라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3% 성장에 그쳤다. 1분기 0.6%, 2분기 0.7% 등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도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올해 60만명에서 내년 15만명으로 관측한 바 있다.

전문가 절반 인상은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3일 전국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7%가 현 경제 상황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답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정도는 아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어렵다는 응답은 18.7%, IMF 외환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답한 전문가는 6.9%에 달한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