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중 산은과 본계약, 내년 상반기 딜크로징
박두선 사장, 36년 '조선맨'···글로벌 선사 인맥도 보유
그룹 정체성 이식 위해 교체 가능성, 재무개선도 시급
대우조선 품은 한화, 글로벌 방산기업 도약 위한 마지막 퍼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화그룹이 이번주 중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요 경영진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의 조선업 진출이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경영진을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정체성을 빠르게 이식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교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14일 재계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는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은과 이번주 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와 해외 경쟁당국 등의 승인이 완료되면, 한화는 대우조선이 실시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대금 납입까지 완료되면 딜클로징(거래종결)된다.

앞서 한화는 지난 9월 대우조선의 2조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 49.3%를 인수하는 내용의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최종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는 정인섭 한화에너지 사장을 주축으로 인수단을 꾸렸다. 이후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실사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종료된 실사에서는 우발부채 등 돌발 변수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화의 경우 기업결합 심사 과정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된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유럽연합(EU)에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인수합병(M&A)를 불허한 바 있다. 

이와 달리 한화는 대우조선과 겹치는 사업이 없기 때문에 국내외 당국이 승인을 거절할 명분이 크지 않다. 대우조선이 특수선(방산)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찾을 수 있지만, 한화가 직접 선박을 건조하진 않고 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M&A 완료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이에 따라 한화가 대우조선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인수 이후 당분간은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두선 대표이사 사장 체제가 형성된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고, 대우조선 매각이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행 중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올해 3월 선임된 박 사장은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대우조선으로 입사한 그는 '정통 대우조선맨'이다. 생산관리팀장과 조탈팀장, 프로젝트운영팀장, 선박생산운영담당, 특수선사업본부장, 조선소장 등을 두루 거쳤다. 특히 특수선사업본부장을 맡은 경력이 있는 만큼, 한화가 원하는 '글로벌 방산 강화' 비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조선업종 특성상 전문성이 높아야 하는데, 경험이 없는 한화 내부에서 이에 걸맞는 인물을 찾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다. 해외 선주를 대상으로 대규모 수주를 성공시킬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 'EDEX 2021' 내 한화디펜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K-9 자주포를 보고 있다.(자료사진)/사진=한화디펜스


박 사장은 약 36년 간 대우조선에서 근무하며 유럽 등 주요 선사들과 상당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화그룹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경영진에 변화를 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대우조선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경영 정상화'를 해결하기 위해 재무 전문가를 앉힐 것이란 시각이 있다. 

대우조선의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291%이고,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1조1974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도 1조4116억 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노조가 당초 현 경영진의 임기 보장을 요구한 만큼, 한화는 박 사장의 임기를 한시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면서 "다만 이번 M&A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순차적으로 경영진을 교체할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는 이번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잠수함과 군함 등의 특수선 생산 역량을 갖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기존 우주에서 지상 방산을 넘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특히 한화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개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대우조선해양까지 품으면서 '규모의 성장'과 '방산 제품 다양화'를 통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디펜스와 다음 달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 구축을 노린다. 

중동·유럽·아시아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방산 제품인 3000톤급 잠수함과 전투함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