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측 "기업가치 온전히 평가받을 때 상장 재추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규상장(IPO)을 추진해 온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가 결국 IPO 일정을 연기했다. 한때 기업가치가 4조원까지 평가 받았지만 최근 시장의 평가는 이에 크게 못 미치면서 결국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여전히 케이뱅크 등의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IPO의 기준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규상장(IPO)을 추진해 온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가 결국 지난 4일 IPO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사진=김상문 기자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PO를 추진하던 마켓컬리가 결국 국내 증시 상장을 연기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한국거래소(코스피) 상장을 연기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로써 작년 8월 22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컬리는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상장을 전격 연기했다.

단, 상장 움직임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컬리 측은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쉽게 말해 현재 스스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컬리 상장에 대한 시장 안팎의 평가는 상당히 엇갈렸다. 새벽배송 업계 1위 회사로서 소비자 인지도는 높은 편이지만 실적은 계속 해서 적자를 기록 중이다. 통상 적자기업은 코스피 상장이 불가능하지만, 컬리는 ‘유니콘 특례상장’으로 코스피 입성을 노리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컬리는 지난 2019년 986억원 영업손실을 낸 이후 2020년 1162억원, 2021년에도 2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말 프리IPO에서 인정받은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는 하지만 이 금액이 과대산정 됐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번 상장 연기로 침체에 빠진 IPO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 해 국내 IPO 공모 금액은 약 16조4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혼자서 12조8000억원을 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 효과로 보는 것이 맞다. 현대엔지니어링‧현대오일뱅크‧SK쉴더스‧원스토어‧CJ올리브영‧교보생명 등 대어급 기업들이 모두 상장 계획을 철회한 점도 시장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올해도 연초부터 IPO 연기 소식이 전해지며 쉽지 않은 흐름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대어급 회사들이 IPO를 준비 중인 것은 사실이다. 우선 또 다른 새벽배송 플랫폼 오아시스마켓이 지난달 30일 코스닥 시장 상장예심을 통과했다. 

이밖에도 케이뱅크‧골프존카운티 등의 증시 입성이 시장에서 작지 않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LG CNS‧SK에코플랜트‧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도 물밑에서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O 시장은 물론 주식시장 전체적인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신규상장에 대한 기준점이 높아진 모습”이라면서 “당분간은 이런 방식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상장철회 사례도 조금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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