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원순 시장은 기자회견 전에 저한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전화 한 통 건 적이 없습니다. 물론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죠. 박 시장 이번에는 틀렸습니다.”

‘메르스 공포’에 불을 지핀 박원순 시장의 한밤 중 긴급브리핑이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박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박 시장이 1500여명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퍼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목한 의사 A씨는 “박 시장의 정치쇼로 내 인격이 훼손되고 너무 상처받았다”고 분노했다.

결론적으로 서울시의 긴급브리핑은 애써 침착성을 유지하려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한순간에 흔들어놓을 뻔했다. 당사자에게 확인 한번 안하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도 없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지역 확산’ 불안을 조성시켰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메르스 확진 환자인 서울의 한 의사가 격리 통보에도 불구하고 1천400명 규모의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박 시장의 행동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인 당사자에게 확인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아 팩트 자체가 틀린 내용으로 큰 혼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4일 밤 10시30분 긴급브리핑을 열고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던 의사 A씨가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지난달 30일 양재동 L타워에서 1565명이 참석한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해 다수 시민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발표했다.

박 시장은 “1565명 위험군 전원에 대해 잠복기 동안 외부출입이 강제적으로 제한되는 자택격리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민이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길에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의사 A씨는 박 시장의 발표 내용을 전면 반박했다. 박 시장이 말한 대형 행사장에 A씨가 참석했을 당시에는 메르스 감염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잠복기였다. 게다가 메르스 증세가 나타나기 전 잠복기에는 전염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박 시장의 발표 이후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사실을 알려나갔다. “30일 심포지엄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사람 없는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나왔고, 자가용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가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처음 인지한 것은 31일 오전이었다고 한다. 27일 응급실에서 진료했던 색전증 환자 한명이 메르스 확진환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격리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이다.

A씨는 “31일 저녁 참석 예정이었던 심포지엄에 가지 않은 채 곧바로 자가용으로 퇴근했다”면서 “이날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면서 부인 외 밀접 접촉한 사람이 전혀 없고, 2일 확정판정을 받은 이후 국가 지정 격리병동으로 옮겼다”고 했다.

게다가 A씨의 부인은 현재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A씨가 자신의 증세를 의심한 이후 철저히 자가격리했다는 방증이 된다.

이런 점에서 A씨는 박 시장을 향해 “분통이 터진다. 한순간에 전염병 대유행을 일으킬 개념없는 사람이 됐다”고 분노하고 있다. “박 시장의 정치쇼다. 메르스와 관련해 리더십을 발휘해 표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A씨의 말처럼 박 시장이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시민을 보호하는 일이었어야 한다. 박 시장도 메르스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슈퍼 독감’일 뿐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병원 내 각종 환자접촉이나 병원방문에 있어서 매뉴얼을 철저히 하고, 각자의 위생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에 의사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시장을 질타하며 “역사를 봐도 정치인들이 전쟁이나 질병·전염병에 대해 잘 모르면서 그걸 악용하는 것, 몹시 나쁜 정치적 수법”이라고 했다. 정부의 흑색선전을 일삼는 프로파간다를 말한 것이다.

국민을 보호하는 방법에서 비밀주의도 안 되지만 선전선동은 더욱 나쁘다. 박 시장이 서울시민을 보호하겠다며 인신공격한 의사 한명도 서울시민이다. 선전선동이 더 나쁜 이유는 더 큰 희생과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이번 선택에 대해서는 메르스 파동 이후 잠잠하던 그가 포인트를 잘 잡아 ‘메르스 전사’로 자처하려 했다는 시각이 많다. 행정가라는 현 서울시장의 직분을 버리고 표를 좇는 정치인 쪽으로 한걸음 더 다가갔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