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시설투자…R&D 비중 확대
최고 품질위해 선단로드 전환…'기술 리더십' 강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반도체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미래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삼섬전자 컨퍼런스콜에서 김재준 부사장은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는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클린룸 등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캐팩스(시설투자)도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어 김 부사장은 “최고의 품질을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설비 재배치, 미래 선단로드 전환 등을 추진할 것이다. 캐팩스내 R&D(연구개발) 비중은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라며 “단기 구간에서 비트 감소는 있지만, 장기 경쟁력을 위해 실행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웨이퍼투입을 줄이거나 생상라인을 멈추는 등의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삼성전자의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다만 생산라인 최적화 등을 통해 일부 물량의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여지는 열어뒀다.

이날 컨퍼런스콜 이전까지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감산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정보기술(IT) 시장 전반이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1600억 달러(약 197조 원) 규모의 메모리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엄청난 재고와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급락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미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은 투자와 생산 물량을 줄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의 50% 이상 감축하고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했다. 마이크론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20% 줄이고 설비 투자도 30% 이상 축소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700억 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8조8400억 원) 대비 96.9% 급감했고, 적자를 기록했던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에 DS부문의 적자전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1분기에 녹록지 않은 경영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반도체 시황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술·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정면돌파 의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까지 손실을 감내하면서 시장 지배력 확대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첨단 공정과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쟁사들이 감산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물량을 유지하면 시장 지배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산업은 2024년부터 공급축소와 미국 제재에 따른 중국 반도체 업체의 신규증설 지연 등으로 공급 부족 전환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라며 “삼성전자의 기술적 감산과 더불어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설비 투자를 축소하고, 감산을 병행하고 있어 9개월 후부터 공급축소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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