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한국테크놀로지, 합병결정 철회…"일정 차질·가치 재산정 필요"
법원, 회생절차 신청 관련 포괄적 금지 명령…일부 사업장 공사 중단
신평사 "공사 중단 리스크, 신탁사 영향 제한적"…회사 "위기 극복"
[미디어펜=김준희 기자]대우조선해양건설이 자금난 악화로 인한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일부 사업장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모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는 추진 중이던 합병 절차를 철회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기업회생절차를 비롯한 당면 과제 해결에 집중해 하루빨리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한 '평택 뉴비전 엘크루' 현장 전경./사진=대우조선해양건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는 지난 30일 대우조선해양건설과 합병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한국테크놀로지 측은 “당사는 자회사와 합병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합병결의를 결정했다”며 “하지만 합병 진행과정에서 소멸회사(대우조선해양건설)의 대외 시장 환경과 경영환경에 중요한 변동이 발생했고 이를 신중히 재검토한 결과 합병철회가 기업가치 제고 및 경쟁력 강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돼 이사회에서 합병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테크놀로지가 언급한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중요한 변동’은 회생절차 개시와 관련한 내용이다.

한국테크놀로지가 정정한 회사합병결정 주요사항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는 지난해 12월 26일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대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합병기일 내 일정 차질이 생겼고 금리 인상 및 인플레이션에 따른 건설 경기침체 등으로 합병가치 재산정이 필요해지면서 합병을 재검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테크놀로지 측은 “피합병법인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에 따른 합병 종결의 불확실성이 발생했고, 피합병법인의 합병가액 산정 시 합병의 전제가 됐던 주요 사항에 대해 변동이 발생해 본래 합병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노조 측이 신청한 회생절차와 관련해 지난 11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포괄적 금지 명령을 받았다. 명령 주요 내용은 회생절차 결정 전까지 채권자와 담보권자에 대해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절차 등을 금지하는 것이다.

회사 측은 당초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달 9일 전까지 회생 신청을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 여부 검토를 위한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사안 해결은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는 “노조 측 회생절차 신청 당시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했으나 추진 중이던 투자 유치가 불발하면서 (회생절차) 해결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회생절차 개시 여부는 이르면 오는 3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 측 의견서 제출 등에 따라 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

그간 지적됐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자금난’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을 맡은 일부 사업장은 하도급 대금 지연 등으로 인해 최근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 회생절차 개시 신청의 원인이었던 급여 지연을 비롯해 곳곳에서 자금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또 다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공사 중단이 부동산 신탁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신용평가사 측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일부 사업장 공사 중단이 부동산 신탁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위험 노출 수준이 제한적이며 자기자본을 통한 재무적 대응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대우조선해양건설 리스크가 부동산 신탁사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회사 측은 당분간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각오다. 모기업인 한국테크놀로지 김용빈 회장은 최근 대한컬링연맹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이사직을 내려놓으며 회사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합병 절차 또한 대우조선해양건설 정상화 이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지속적인 자금 경색 등으로 인해 건설업계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타격이 크지만 우선 회생절차 극복에 초점을 맞춰 당면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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