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 의도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엘리엇 삼성간 지분 경쟁구도 예상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 주식 공매도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조만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높아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삼성물산의 공매도량은 57만8171주(약 430억7000만원)로 관련 통계가 존재하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나타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지난 4일에도 공매도량은 급증해 20만9815주에 달했다. 이 역시 지난 2013년 10월 4일(22만66주) 이후 가장 큰 공매도 규모다. 엘리엇의 지분 매입 발표가 나기 전인 6월 1~3일 평균 삼성물산 공매도량은 약 7000주였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싼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삼성물산 주가가 삼성과 엘리엇 간 지분 경쟁에 대한 기대로 이틀 만에 20%가량 급등한 상황이지만, 조만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는 투자도 이례적으로 급증한 셈이다.
특히 국내에서 공매도는 주로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엘리엇의 지분 매입에 대해 외국인 사이에서도 엇갈리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은 엘리엇이 지분 보유 사실을 공시한 이후 이틀간(4~5일) 1783억원어치의 삼성물산 주식을 순매수하며, 삼성과의 힘겨루기에 대비해 지분 매집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무산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은 점, 과거에도 분쟁을 일으켜 주가를 띄우고서 시세 차익을 챙겨온 엘리엇의 투자 방식 등에 주목하며 엘리엇이 이번에도 머지않아 지분을 털어낼 것으로 보는 외국인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4~5일 이틀간 삼성물산 주가가 크게 오르며 엘리엇이 챙긴 평가차익은 1457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개미 투자자들이 '엘리엇 재료'만을 보고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난 2004년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도 삼성물산 주식 5%를 매집한 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지분을 모두 팔아치워 300억원대의 차익을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