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입주율·입주전망지수, 1년 새 대폭 하락
"입지 우수 미분양 물량, LH가 선매입 해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 수요가 줄어들면서 건설·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특히 미분양 가구 폭증 탓에 주택 건설업계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정부와 관계 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일 각 시중 은행들의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6~7%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기준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자금 조달 비용 지수(COFIX) 금리가 올라서 생겨났다. 이는 곧 주택 수요자의 금융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2022년 12월 주택 통계를 통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전국 주택 누적 매매 거래량이 50만879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1만5171건 대비 49.9% 감소한 수준이다.

국토부 과거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2018년 85만6000여 건, 2019년 80만5000여 건, 2020년 127만9000여건으로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다 2021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지난해에는 51만 건 수준까지 떨어졌다.

   
▲ 주택 매매 거래량 추이./자료=대한주택건설협회 제공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월 2만1727가구였던 물량은 지난달 6만8107가구로 1년 새 213.47%나 급증했다. 주택 건설업계는 미분양 낙인 효과를 감안한 업체 미공개 물량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2배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주택 건설 실적 중 인·허가 건수와 준공 실적은 46만7036호, 36만1056호로 전년 대비 각각 4.2%, 1.4% 늘었다. 그러나 실제 착공·분양 실적은 35만8098호, 26만641호로 전년 대비 각각 26.8%, 9.8%나 줄어들어 주택 시장 여건 악화가 반영됐다.

주택 건설업계는 선제적 위기 대응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실물 경제 둔화 기조가 여전해 주택 수요자의 구매 여력이 저하되고, 주택 거래 단절이 상당 기간 이어지면 관련 시장 경착륙과 장기 침체가 우려돼서다.

   
▲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중흥그룹 부회장)./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중흥그룹 부회장·이하 주건협)은 지난달 31일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 당국이 적극 규제를 걷어냈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들이 잔존해 있다"며 "270만 호 공급을 목표로 잡고 있는 현 정부가 계획을 이뤄내고자 한다면 후속 법령 정비를 서둘러 업계 건의를 적극 수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주택 시장과 업계가 금리 인상·거시 경제 등 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건협의 설명이다. 주택 사업은 사업 기획·토지 매입·인허가·분양·준공·입주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민간 택지 기준 평균 10년 가량 소요된다. 때문에 주택 시장 여건에 따른 탄력적인 공급 물량 조절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와 같은 주택 시장 침체기에 민간 주택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사업 주체 부도에 따라 금융 기관들도 동반 부실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주택 시장 회복 시기에는 공급 부족 탓에 주택 가격이 오르고, 전·월세난이 초래된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 주건협은 정부 당국에 미분양 주택 보유 주택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동성과 주택 거래 정상화 지원 등을 당부했다. 업계는 준공 후 미분양·미입주가 늘어 주택 업체들의 자금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주택 매각 지연과 세입자·잔금 대출 미확보가 겹쳐 입주율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월 전국 입주율은 85.1이었지만 7월 79.6, 11월 66.2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 이상이면 입주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지수도 지난해 1월 82.6에서 12월 51.9로 대폭 낮아졌다.

미분양과 계약 해지, 준공 후 미입주로 주택 사업자와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 기관들도 동반 부실의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사업자 주택 담보 대출이 금지돼 있어 주택 사업자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한 유동성 확보도 어렵다. 이 같은 이유로 공사 대금 조차 지급 불능 상태에 빠져 시공사·하도급 업체·자재 업체 등 건설업계 연쇄 도산에 처하게 되고, 결국 유치권 행사·경매 시 입주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설명이다.

   
▲ 주택 사업 구조·금융 수요./자료=대한주택건설협회 제공

업계는 입지가 우수한 미분양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 매입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환매 조건부로 사들이는 방안을 관계 당국에 건의하고 있다. 또한 주택 매매 사업자에 대한 주담대 금지 예외 사유를 확대해달라고도 했다.

준공 후 미입주 해소를 위해서는 입주 예정자가 처분한 기존 주택이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는 매수인에게 주담대 총부채상환원리금상환 비율(DSR) 적용을 완화 또는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금리 인상에 따라 전국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는 만큼 취득세를 50% 감면해주고 주택 수 특례 적용, 양도세를 5년 간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탄력적 주택 공급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분양 주택 사업을 주택도시기금이 지원되는 민간 건설 임대 주택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민간 택지의 경우 기금 지원 한도가 공공 지원 민간 임대보다 가구당 2000만 원 적게 책정돼있어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허가 기간이 6~12개월 가량 단축되면 사업비를 아낄 수 있는 만큼 분양 가격 인하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일선 건설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에 따라 인건비·건설 자재·장비 가격이 동반 상승해 업계 채산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내국인은 기피하고 인구 고령화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필수적인데, 이 마저도 인력난 심화로 국토부 차원에서 외국인 대상 건설업종 비전문 취업 비자(E-9) 쿼터를 기존 3000명 수준에서 600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외에도 건설사 자금난 해소를 위해 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건협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 신규 건설 자금 대출이 중단되거나 기존 사업장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대부분의 중소 건설사는 브릿지론 이용을 아예 할 수 없고, 시공 능력 100~150위 이내의 건설사들이 연대 보증을 해줘야 브릿지론을 본 PF로 전환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허가 지연으로 종전의 브릿지론 기한을 연장하면 금융 기관이 금리 인상 등 추가 조건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본 PF로 전환하면 대주단이 당초 약정 대비 2배 이상의 금리와 추가 취급 수수료를 부과하고 에쿼티·대출 상환 비율 상향 외에도 과도한 미분양 주택 할인 분양을 강요한다고도 한다.

주건협 관계자는 "금융 당국과 국토부가 불합리한 대출 관행을 감시해 시장 구조 개혁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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