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1년…산업재해 예방 효과·건설업계 사망자 감소
"법률 모호성·형사처벌 과도성에 따른 부작용 현실화…개정 필요"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중대재해법은 시행 전부터 애매모호한 기준 등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중대재해와 경영책임자의 범위 등과 관련해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1년간 공과 과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중대재해 1년-건설①]여전히 모호한 처벌 기준…실효성 평가 엇갈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건설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안전의식이 자리 잡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엿보인다. 그러나 기준과 실효성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애매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아 실제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전국 성인 252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8명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72명,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131명이었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전체 인원의 약 80%(203명)를 차지했다.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203명 중 절반 이상인 116명(57.1%)은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 증대를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 기업의 안전관련 조직 구축·강화 및 전문화(21.7%), 명확한 책임소재 및 처벌(14.8%) 등이 뒤를 이었다.

이윤호 안실련 정책사업 본부장은 “중대재해법 시행 1년 만에 국민 80%가 산업재해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것이 긍정적 결과”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과 가장 밀접한 분야인 건설업계도 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 강화에 힘쓰고 있다. 경영 최우선 목표를 안전에 두는 한편 최고안전보건관리자(CSO) 선임을 통한 조직개편 등 근본적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건설업계의 이러한 노력은 실제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분기별로 발표하는 사망사고 발생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명단을 종합한 결과 지난해 100대 건설사 공사현장 사망자는 총 52명으로 전년 63명 대비 11명 감소했다. 지난해 1월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점을 감안하면 법 시행 후 사망자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 법률 모호·불명확…“상습·반복사고 위주 가중처벌해야”

그러나 중대재해 및 경영책임자의 구체적인 범위를 비롯해 중대재해법의 실효성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처벌 위주의 형벌만능주의 입법으로는 정부가 추구하는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및 기소 사건을 통해 본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중대재해 예방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보완입법 등 법률 개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 측은 “법률의 불명확성 등으로 인해 수사기관이 범죄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대재해법 수사가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하청근로자 사망에 대해 원청 경영책임자만 기소되고 과도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사기관(노동청·검찰)이 경영책임자를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237일(약 8개월)로 장기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경영책임자 특정을 비롯해 법률의 모호성·불명확성으로 인해 경영책임자의 관리책임 위반을 찾고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법 제정 당시 경영계가 끊임없이 문제 제기했던 법률의 모호성과 형사처벌의 과도성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법 적용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대재해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을 상습·반복사고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방식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6일 열린 ‘중대재해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중대재해법 관련)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고 재판 결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 수준을 높여 산재를 예방하려는 철학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3개로 구성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수를 줄일 필요가 있고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일반 중대재해를 처벌하고 중대재해법은 그 중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등 산업안전법령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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