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내부에서도 추가 금리인상 찬반 팽팽히 엇갈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베이비 스텝' 단행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연준이 긴축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5%대로 여전히 높은 데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1.25%포인트로 확대되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존 연 4.25~4.50%인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의 이번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관의 금리차는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연준은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인상)을 잡기 위해 지난해 6월 이후 7월, 9월 11월 등 연속 4차례에 걸쳐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1월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12월에는 금리 인상 폭을 0.50%포인트로 낮췄고, 이달에는 0.25%포인트로 조절했다. 

이처럼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국내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지 여부다. 한은은 이달 23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13일 올해 첫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선 금통위 내부에서도 찬반기류가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의에서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연 3.5%로, 나머지 3명은 연 3.75%까지 열어두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금리동결을 지지하는 입장에선 가파른 금리 인상이 소비와 투자를 제약해 경기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동결을 주장한 한 의원은 "그동안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으며, 올해 경기가 당초 예상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재 금리수준이 상당히 긴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여전히 높은 데다 한미 금리가 1.25%포인트로 확대되면서 추가 금리 인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추가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한 위원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지적하며 "2%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는 품목들을 지수화한 확산지수가 7월 수준에서 내려가지 않았고, 근원 품목 확산 지수는 오히려 계속 오르고 있어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은 공공요금 인상 여파가 크게 작용했는데 이달에도 5%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 등이 물가 상방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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