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헌정사 최초로 국회에서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정치권에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탄핵소추를 주도한 야3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최소한의 여건도 갖추지 못해 기각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9일 전날 국회에서 가결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재난안전관리 주무부처장인 이 장관을 문책함으로써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서 발생한 10.29참사 부실 대응의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장관 문책은 유가족 및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당위성을 갖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것이란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이들은 이 장관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위반 △헌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국정감사 위증 등 탄핵소추 여건인 법률 위반을 행한 만큼 탄핵소추가 기각될 사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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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2월 8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에 대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실제 헌법학자들에 따르면 야3당이 제출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은 여건 미비로 기각될 것이란 대통령실과 여당의 주장과 달리 헌재에서 인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한다.
헌법학자인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제출된 탄핵소추사유서에 따르면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며 “기재된 법적 의무위반이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과 증거에 의해 입증된다면 탄핵 청구가 인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국무위원은 대통령과 달리 우리 헌법 질서에서 점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탄핵인용의 기준도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탄핵 기준을 동일시하는 여당의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탄핵소추가 무조건 기각될 것이란 정부여당의 주장과 달리 헌법 위반 사실이 입증될 경우 탄핵이 수용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 탄핵이 순탄하게 인용될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있다. 탄핵 인용을 위해선 이 장관의 위법성 입증이 우선돼야 하지만 피청구인을 신문하는 탄핵소추위원이 국회 법사위원장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라는 점이다. 김 의원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제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며 재판과정에서 최소한의 역할만을 수행할 것을 암시했다. 이 장관의 위법성 입증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180일까지 진행될 수 있는 재판과정에서 기존 헌법재판관 2인의 임기가 도래된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정 교수는 “재판관 9명중 6명의 동의를 얻어야지만 탄핵청구가 인용될 수 있다”며 “재판관에 변경이 있을 경우 재판부의 (정치적) 성격도 변할 수밖에 없어 인용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탄핵 기각 시 발생할 역풍에 대한 우려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줄곧 정부여당으로부터 ‘이재명 대표 방탄용 탄핵’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자체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개별 의원들을 설득한 끝에서야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 단 1명의 이탈자 없이 단일대오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수 있었다. 단일대오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이 장관 탄핵에 찬성하는 응답이 반대하는 응답을 오차범위에서 앞선다’는 단서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국민의 요구에 따라 민의를 대변해야할 국회가 최소한의 도리를 다 했다’는 주장을 펼쳐 역풍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이 탄핵 역풍에 대한 우려를 잠식한 것이다.
하지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공개된 첫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주장과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 역풍에 대한 우려가 다시 재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SBS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이 장관 탄핵의 적절성 여부를 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8.2%가 이 장관 탄핵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부정적 응답의 사유로는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용 탄핵’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 장관 탄핵소추가 헌재에서 인용된다 하더라도,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정치적 ‘역풍’을 예방하기 위해선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탄용 탄핵'이란 비판 해소를 우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SBS가 의뢰하고 넥스트리서치가 조사했다. 2023년 2월 6일부터 7일까지 2일간 조사를 실시했고,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방법은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유선전화면접 12% 및 무선전화면접 88%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여론조사결과 현황 게시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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