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11일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 오보를 낸 한국일보가 보건당국의 해명에도 기사를 바로 내리거나 수정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서울시의 한 관계자의 말을 빌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메르스 35번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단정하면서 가족들이 장례 절차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6시33분에 올라 온 한국일보‘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 제하 기사와 관련 두 시간 뒤인 저녁 8시40분께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 한국일보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 오보와 관련 기사.
복지부는 해명자료에서 “35번 환자(남·38세)가 뇌사 상태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현재 호흡 곤란이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님을 주치의를 통해 확인했다”며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환자의 가족을 포함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한데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일보는 2시간 30분이 지난 11시10분께 '뇌사'라는 표현을 '뇌손상'이라고 수정하고 더구나 사과문구는 11시40분께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기사 끝에 “본지는 앞서 박씨의 상황에 대한 취재를 종합해 ‘뇌사 상태’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으나, 의료팀이 뇌사를 공식 확인하지 않은 만큼 표현을 수정했습니다”라고만 밝혔다가 11시45분에 재차 수정하면서 “‘뇌사’라는 표현으로 가족과 독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오보가 명확하게 드러났음에도 늑장을 부리며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국일보의 이 같은 태도는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YTN도 11일 오후 8시 32분께(온라인 기준) 메르스 감염 35번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가 보건복지부 반박 발표 이후 곧바로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번 대형오보는 세월호에 이어 우리 사회의 언론 민낯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건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살아 숨쉬고 있는 38세의 젊은 의사가 뇌사에 이어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는 보도는 말 그대로 갈 데까지 간 언론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동시에 메르스를 그동안 어떤 시각으로 보도해 왔는지를 자인하는 반증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못한 오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 했는지 우리는 세월호에서 뼈져리게 경험했다. ‘전원구조’라는 말에 안도했던 국민들은 잠시 후 믿기지 않는 참사의 현장을 목도해야 했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암흑의 1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이 시간까지 치유되지 않고 있는 그 아픔과 절망에 또 다시 찬물을 끼얹는 닮음꼴 사건이 일어났다.

싸늘하게 식은 국민의 시선과 내팽개쳐진 언론의 사명앞에 기막힐 따름이다. 사실 확인조차 안한 채 그것도 ‘목숨을 담보’로 벌인 속보 경쟁과 단독 경쟁, 제목 장사가 메르스를 또 얼마나 괴물로 만들지 우려된다. 언제까지 국민을 아프게 하고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괴담 수준의 유언비어를 유포해 공포심으로 몰아 넣어야 제 정신을 차릴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