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물산이나 제일모직의 지분을 추가 매입할지 주목된다.
다음 달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되면 엘리엇의 '통합 삼성물산' 지분은 합병비율에 따라 2%대로 낮아진다. 상법상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주주제안권, 주주총회 소집 청구, 이사 해임 건의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가기 위해 엘리엇은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7월 주총에서는 의결권이 없지만 임시 주총을 소집하면 추가로 매입한 지분은 의결권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외국인 매매 동향에 관심이 모인다. 엘리엇은 지난 4일 '경영참여'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냉각기간'(지분 취득후 5거래일)을 적용받아 11일까지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수 없었다. 냉각기간이 종료되는 12일부터는 지분매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삼성물산을 사들이지 않고 있다. 12일 장에서 외국인은 삼성물산 1만6081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지분율은 전날과 같은 33.61%였다. 최근 외국인은 사흘 연속 삼성물산을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제일모직의 주식은 나흘 연속 사들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법인의 지분을 늘리는 게 목적이라면 현재는 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의 비율은 1:0.376 수준이다. 제일모직 주가는 합병비율 1:0.35 수준보다 더 낮다. 반대로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비율보다 더 비싼 상황이다. 엘리엇이 합병이후 삼성과의 장기전을 대비한다면 제일모직 주식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한 방법이 된다.
만약 엘리엇이 제일모직 주식을 매수했다면 합병 결의 통과 이후에도 통합 삼성물산의 주주로 남아 삼성그룹과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삼성그룹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 계열사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3.8%이며, 여기에 KCC가 취득한 삼성물산 지분 5.76%까지 더하면 우호지분은 19.75% 가량이다.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최근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10.15%까지 늘렸다. 국민연금은 합병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