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병 아닌 마음의 병 변이…경제 직격탄 재앙 우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공포가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중동발 메르스 나비효과가 대한민국 국민을 전염시키고 있다. 육체의 병이 아닌 마음의 병이 정신을 오염 시키고 있다. 광우병·세월호의 망령이 꿈틀댄다. 살아나던 내수가 꼬꾸라지고 있다.

대형마트도 백화점도 외식업계도 골목시장도 발길이 뜸해졌다. 문화계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해외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인천공항을 통해 하루 2만 명 넘게 입국하던 중국인 방문자는 4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동남아, 일본에서도 한국행을 기피하면서 예약취소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비명이 울린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보건소를 방문,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한국경제연구원은 휴가철인 8월까지 메르스를 종식시키지 못하면 국내총생산 손실이 2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메르스가 8월까지 가면 격리자는 2만명에 달하고 서비스·오락·음식 업종의 매출은 60% 이하로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메르스 청정 지역인 제주도까지 후폭풍에 휩쓸리고 있다. 제주 경제의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방문자들의 줄취소에 국내 수학여행과 기업체들의 연수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한 마디로 메르스 공포가 경제를 꽁꽁 얼리면서 대한민국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더 이상 육체의 병이 아니라 정신을 갉아 먹는 망국의 병으로 변이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메르스는 위험한 질병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담배나 자동차보다도 덜 위협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동차 사고로 지난해 사망한 사람은 4762명이고 부상자는 33만명이 넘는다.

담배는 어떤가? 우리나라에서 한해 흡연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폐암환자 3484명의 발병 원인이 흡연이라는 것이다. 물론 재판의 결과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담배가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임은 분명하다.

   
▲메르스 방역에 임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직원들. /사진=미디어펜
그런데 왜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은 이토록 온 나라를 헤집어 놓았을까? 그건 전염병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과 이를 부채질한 언론 탓이다. 처음이 아니다. 광우병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괴담으로 번지고 유언비어로 확대 재생산 되면서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실제 병보다 소문이란 탈을 쓴 괴물에 대한 심리적 공포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류는 과거의 위험 대상에 대해 더욱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뱀이나 거미, 전갈에 대한 두려움은 크면서 이보다 훨씬 생명을 위협하는 자동차나 담배에는 관대한 이유다. 담배나 자동차는 최근에 생긴 위협으로 진화적으로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염병이면서 최근에 발견돼 아직 백신조차 없는 메르스. 그것도 머나먼 중동의 낙타가 병원체다. 공포로 다가오는 이유이고 두려움을 느낄만도 하다. 하지만 현대 의학은 과거의 결핵, 천연두, 페스트, 스페인 독감처럼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만큼 무방비 상태가 아니다.

   
▲ 지난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밤 중의 메르스 긴급 브리핑으로 공포를 키웠다./사진=연합뉴스
다행히 메르스는 진정세다. 이제 손을 씻고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맬 때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전염된 정신을,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메르스 괴담과 유언비어에 오염된 마음부터 소독하자. 육체의 병을 이기려면 마음의 병부터 치유해야 하기에. 메르스는 좀 독한 독감이다. 완쾌돼 퇴원한 환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의료진의 처방과 지시를 잘 따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며칠전 한 매체를 통해 전해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의 김현아 간호사의편지가 국민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셨다. 메르스 환자로 격리된 병원의 중환자실 환자를 돌보는 김 간호사는 메르스인지도 모르고 첫 환자를 떠나보낸데 대해 ‘미리 알지 못해서 죄송하고, 더 따스하게 돌보지 못해서 죄송하고, 낫게 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가 오지 못하도록 저승사자처럼 물고 늘어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차가운 시선과 꺼리는 몸짓 대신 힘 주고 서 있는 두 발이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