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10년 사업권이 걸린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에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참여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기업이 공항 면세점을 지렛대 삼아 시내 면세점 진출은 물론 관련 인력 문제까지 다각도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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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붐비고 있다./사진=이서우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4일 오후 제1·2여객터미널 '10년 사업권'이 걸린 면세점 신규 입찰 제안자 설명회(PT)를 열었다. 이날 그랜드하얏트인천 웨스트타워에서 열린 PT에 중국 CDFG와 현대백화점, 롯데, 신라, 신세계 면세점 순으로 총 4곳이 참여했다.
인천공항은 이번 PT를 통해 가격제안점수(임대료) 40%, 사업계획점수 60% 비중으로 심사를 거쳐 복수의 업체를 추린다. 2차 심사는 관세청 특허심사점수 50%가 합산된다. 이르면 다음 달 1차 사업자를 발표하고, 오는 4월 관세청 최종 심사를 거쳐 결과를 발표한다. 신규 사업자는 오는 7월부터 약 10년 간 운영을 맡게 된다.
가격 면에서는 CDFG가 유리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CDFG는 중국 면세 특구인 하이난 면세점을 바탕으로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하며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했다. 반면 국내 면세업체들은 코로나19로 적자 폭이 커지거나, 적자전환을 했던 만큼 가격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중국 CDFG는 ‘짝퉁’ 문제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와 같은 주요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국내 면세점 4개사는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DF1·2), 패션·액세서리·부티크(DF3·4), 부티크(DF5)로 이뤄진 일반기업 사업권 5개에 모두 신청서를 냈다.
중국 CDFG는 DF5를 제외한 DF1~DF4에 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CDFG가 부티크 DF5를 제외하고 참가신청서를 접수한 이유도 명품 브랜드 유치에 취약해서란 분석이다.
그럼에도 CDFG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이번 입찰에 성공할 경우, 향후 10년 간 입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오랜 노하우와 그로 인한 브랜드 유치력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운 국내 대기업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전세계 면세시장 1위 규모인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국면세점의 ‘이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이 안정적인 만큼, 국내 전문 인력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따리상(다이궁) 수요도 중국 면세점이 ‘자국민’ 수요로 모두 흡수할 것이란 관측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면세점 업체들로서는 여행이 재개되더라도 중국면세점이 인천공항 보따리상을 휩쓸어 가면 도루묵인 셈이다.
면세업체 관계자는 “애초에 면세점 특허제도가 외국인 유치, 외화획득 목적으로 도입됐다.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따낼 경우 국내에서 벌어들인 외화 수익을 중국으로 유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PT를 했지만 결국 가격(임대료)이 관건 아니겠나 싶다”며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을 지렛대 삼아 시내 면세점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 두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상력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하이난에 자국 면세업 업체만 운영을 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앞장서서 열어주나 싶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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