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선정 ‘몰아주기'에 예산처리도 불투명…‘끼리끼리’ 덮고 가나

2012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국제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집행위원회가 국고지원금을 불투명하게 처리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출협이 지원받은 국고지원금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8억 원, 파주시에서 2억 원 등 총 10억 원이다. 이 중에서 파주시 출처의 2억 원은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을 통해 지원됐다. 당시 재단의 상무이사(전결권자)는 도서출판 세계사의 회장이자 출협의 집행위원장이었던 최선호 씨였다.

최선호 집행위원장은 국고지원금으로 ‘북경국제도서전 주빈국관’과 ‘한국관’ 등을 설치하기 위해 전시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선정위원으로도 직접 참여했다. 첫 번째 의혹은 이 과정에서 특정업체를 ‘몰아주기’ 식으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직접 취재한 결과 채점과정에서 A업체에 대한 편파적인 점수주기 정황이 포착됐다.

A업체에 대한 특혜가 ‘자금 몰아주기’로 이어진 의혹도 있다. 계약서에 의하면 A업체가 주빈국관과 한국관 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약속된 일정보다 작업이 지체될 경우 A업체에게 지체보상금을 물리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출협은 A업체의 지체로 인한 추가 임차료 약 2300백만 원을 직접 부담했다. 심지어 현장 상황이 지체된 것을 확인하고 추가 임차료를 부담한 것도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시장 도착 열흘 전인 8월 17일에 내부결재로 추가 임차료 발생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추가 임차료 역시 북경도서전 주최 측에 지급한 것이 아니라 A업체에 직접 지급해 ‘특혜’ 의혹을 증폭시켰다.

또한 출협은 작업 완료 후 A업체에게 지급하기로 한 잔금(전체 금액의 30%)을 서둘러 집행한 의혹도 받고 있다. 계약서에 의하면 A업체로부터 결과보고서 10부(CD 2장 포함) 및 행사 기록사진을 제출한다는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태의 결과보고서나 행사기록사진도 없이 잔금을 지불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업체가 공사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까지 금액이 지불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협 내부 감사인원들은 이 과정에서 “최소 5000만 원에서 최고 1억 원에 달하는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계약시점을 편의적으로 바꿔가며 A업체에 자금을 몰아준 정황도 포착됐다. A업체가 공사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5600백만 원 상당의 계약서를 작성해 국고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 계약서는 2012년 8월 14일자로 작성돼 있으나 사실은 9월 18일 이후에 임의적으로 작성한 사실이 명백하며, 감사 인원들은 계약서 임의작성 사실을 확인해 준 파주단지 담당직원의 ‘진술서’ 또한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출협 내부 감사과정에서 밝혀진 위와 같은 정황들은 감사원과 경기도 파주시 등으로 보고되었으나 이후 진행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출협 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피감기관이 되어야 할 파주시 문화관광과가 오히려 감사 주체를 자임하며 파주출판도시재단과 A업체가 국고를 허비한 부분을 적발하고도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주시 감사실은 지난 15일 일련의 상황에 대한 조치내용을 출협 감사 측에 보내왔지만 문제를 적발한 출협측 감사 인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주재단이 A업체에게 지급한 5600만 원에 대한 계약서를 ‘정상적’인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세부 정산내역을 면밀히 확인하지 못한 담당 공무원을 문책조치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출협 감사가 출협 내부의 문제점을 밝혔는데도 오히려 파주시가 출협의 비리를 감싸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파주시 감사실 측은 “(A업체가 담당한) 전체적인 공사량을 감안했을 때 보조금 횡령 차원의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A업체에게 증빙자료를 더 요구해서 논란의 소지가 없게 했어야 했는데 보조금 정산이 소홀했던 건 사실이며, 담당 공무원 문책은 이에 따른 것”이라고 전해왔다. 문책 수위는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감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파주시 감사와 별도로 감사원 조사와 기타 기관들의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므로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