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49층 초고층 아파트 최첨단 엘리베이터가 또 고장이다. 입주한지 17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새 아파트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첨단이라고 강조한 엘리베이터는 고장과 수리를 반복하다 결국 멈춰버렸다.

입주민들은 초고층 아파트에 갇혔다. 수일의 보수기간 동안 감수해야 하는 불편은 고스란히 입주민 몫이다.

노인과 임산부 등 노약자들은 그야말로 절망에 빠졌다. 주부들은 장 볼 엄두가 나질 않고, 어린 자녀들의 등하교와 학원 출석도 걱정이다. 택배기사와 배달원들은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스럽다. 직장인들은 생각에도 없던 휴가를 써야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외부에 따로 임시 거처를 마련한 입주민도 있다.

일반적으로 초고층 아파트는 조망 좋은 고층이 소위 ‘로열층’으로 꼽히고 집값도 더 높게 형성된다. 동탄역유림노르웨이숲의 최저층과 최고층 분양가도 3000만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고장이 잇따르는 현재 동탄역유림노르웨이숲에서는 계단 이용에 유리한 저층이 로열층이 돼버렸다. 하나자산신탁이 시행, 유림E&C가 시공한 ‘동탄역유림노르웨이숲’의 현주소다.

   
▲ 동탄역유림노르웨이숲 단지 전경.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동탄역유림노르웨이숲은 동탄2신도시 중심에 위치하는 주상복합단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수서발고속철도(SRT), 동탄인덕원선 복선전철, 트램 등이 모두 지나는 동탄역 복합환승센터를 도보 이용 가능하고, 30만㎡ 규모 동탄여울공원이 단지와 바로 접해 있다. 그야 말로 ‘입지 깡패’다.

실제로 동탄역유림노르웨이숲은 지난 2018년 8월 분양 당시 ‘로또 아파트’로 주목 받으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평균 184.6대 1)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9월 계약 취소분 5가구에 대해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는 무려 9136명의 청약자가 몰리기도 했다.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청약에 당첨돼 안전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를 기대했던 입주민들의 꿈이 무너지고 있다.

그럼에도 시공사인 유림E&C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최근 엘리베이터 고장 원인은 저수조 배관 탈락에 의한 침수이고, 배관 설비를 담당한 협력사 잘못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하자에 대한 문제의식도 부족하다. 어느 현장에나 자잘한 하자는 있기 마련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엘리베이터 고장이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승강기는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다중이용시설이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동탄역유림노르웨이숲 엘리베이터에서는 어린 아이가 갇히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유림E&C는 부산을 대표하는 중견건설사다. 주거공간이 단순한 집에 불과하다는 기존 상식을 깨고, 휴식의 공간이자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다며 주택브랜드 ‘노르웨이숲’을 사용하고 있다.

유림E&C는 하청업체를 관리 감독하고 신축 공사 전반을 총괄한 시공사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입주민들이 받은 정신적, 물리적 피해에 대한 합당한 보상도 당연하다.

필로티 벽에 금이 가고, 건축물이 붕괴돼야만 부실시공이 아니다. 하자의 경중을 따질 것이 아니다. 작은 하자일수록 확실하게 보수해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기업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

입주민들도 아파트 하자에 당당해져야 한다. 집값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며 쉬쉬하지 말아야 한다. 하자는 결코 입주민 잘못이 아니다. 당당하게 시공사에게 요구해야 한다.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곳(live)'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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