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국거래소로부터의 코스닥 시장 분리가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자본시장연구원의 미묘한 태도 변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5월말까지만 해도 거래소에 대한 독점 체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던 것에 비해 입장을 나타내는 것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18일 오후 한국증권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코스닥시장의 현황과 미래 발전과제'에 대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5월 28일 '거래소시장 효율화를 위한 구조개혁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이어 두 번째로 거래소의 코스닥 시장 분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스닥지수는 최근 5개월간 31%나 상승했는데 이는 2010년 이후의 기간에 대해 이례적인 수준"이라며 "다만 글로벌 관점에서 벨류에이션은 우려할 만큼 고평가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 5년간 코스닥시장에 대한 외국인과 연기금·보험의 누적 순매수 확대가 뚜렷하다"며 "이는 코스닥시장의 질적 성장에 대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황 실장은 "개인투자자에 의한 일부 과열징후가 있으나, 우려할만한 단계는 아니다"며 "다만, 벨류에이션 지표의 급등, 거래회전율 급등, 개인순매수 급증 등을 고려하면 향후 과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황 실장은 거래소의 코스닥 분리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는 거래소의 독점체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던 5월의 자본시장연구원 태도와는 다른 모습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은 연구위원은 5월 세미나에서 "정보기술(IT)의 발전과 경쟁 환경 변화로 거래소의 정체성이 공적 인프라에서 IT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독점 체제는 여전하다"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제약을 감안할 때 코스닥시장을 거래소의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황 실장 역시 "코스닥을 독자거래소로 분리할 경우 코스피시장과의 경쟁이 발생하고, 단기적으로 상장요건의 완화와 상장기업 수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며 "독자운용이 어렵기 때문에 거래소의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었다.
5월 세미나에서는 유흥렬 전 거래소 노조위원장이 코스닥 분리 방안에 강하게 항의하다 끌려나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18일 열린 세미나에서 코스닥의 자회사 분리 등에 관해 자본시장연구원 측은 전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 자리에서 엄경식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회사로 분리한 조직구조와 현행 구조의 차별성이 부족하고, 코스닥이 독립 자회사로의 생존이 불투명하는 등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 활동 둔화는 구조적인 변화이며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코스닥이 역동적 전략을 수행하려면 한국거래소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실질적 형태의 주식회사로 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종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코스닥 분리론은 코스닥과 코스피가 어떤 부분에서 경쟁하는지 혼동하고 있다"며 "코스닥 시장은 중소벤처기업 전용시장이고 코스피시장은 중견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및 상장부문에서 양 시장은 경쟁관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스피와 코스닥이 독자 거래소로서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경쟁한다면 외국거래소 사례처럼 코스피 시장에 중소기업 전용시장을 개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 상무는 "전산, 경영지원 등 중복투자로 인한 비용지출과 취약한 코스닥 수익구조로 인한 누적적자 등으로 상장기업 및 투자자의 비용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거래소 구조개편이 향후 거래소시장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사항임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제 전환 및 IPO를 동시에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래소 시장 자체를 보면 한마디로 변화의 흐름에 뒤졌고 경쟁력과 역동성도 많이 부족하다"며 어떻게든 코스닥시장 분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래소 노조 등 거래소 측은 코스닥 분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