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그는 19년간 묵묵히 한길을 걸으면서 신영자산운용을 ‘가치투자의 명가’로 확고히 자리매김 시켰다. 최근 저금리시대를 맞아 배당주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신영자산운용은 배당에 대한 개념도 없던 지난 2003년 이미 신영밸류고배당펀드를 출시했다.
“단기투자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배당 많이 주는 회사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죠. 미국의 사례를 봐도 배당을 많이 주는 회사의 실적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투자할 때도 딱 두 가지만 봅니다. 먼저 업력이 20년 이상 됐느냐를 보고, 5년 이상 배당을 했는지 점검합니다. 청산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고 한 분야에 전문화된 회사는 어떤 불황이 와도 이겨낼 수 있고 하락장에서도 주가가 덜 빠져요. 배당도 잘 줍니다.”
신영자산운용이 가치투자의 외길을 고집할 수 있었던 데는 오너일가가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게 큰 힘이 됐다.
“19년 동안 (원국희) 회장님이 회사에 딱 한번 왔습니다. 원종석 신영증권 사장은 새해 떡을 돌릴 때 한번 보고요. 오너에는 임원 인사 보고하는 것 밖에 없어요. 누구보다 금융투자업계를 잘 이해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던 나쁘던 절대 가치투자의 원칙을 깨지 말라고 독려합니다. 어찌 보면 참 독특한 분들이시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을 다녔다.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공부하면서 경영의 지혜보다는 인간을 이해하는 시각이 넓어졌다. 이 대표의 사무실은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가득 차 있다. 주로 인문학 서적이 많고 천체물리학 등 과학도 공부한다.
“공자와 맹자 모두 춘추전국시대 사람이죠. 혼란스런 시대에 이들이 끊임없이 고민했던 게 인간관계에요. 지금도 치열한 경쟁과 미래를 모르는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때와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을 언제나 목적으로 대우하고 결코 수단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칸트의 말처럼 직원을 인간적으로 대우하면 회사가 잘됩니다.”
“회사는 이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제 일의 90%는 사람을 뽑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겁니다. 운용사는 운용이 핵심인데 성능 좋은 엔진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그렇게 해도 매니저 10명 중 성공하는 건 2~3명뿐이에요.”
누구보다 자산운용이 어려운 것을 잘 아는 그이기에 직원에게는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출근시간 정해져 있지만 퇴근은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올해부터 업계 최초로 매니저를 코치하는 인력도 2명 배치했다.
매니저에 대한 배려 없이 꾸준한 수익률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모두 이사급으로 인건비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돈을 굴리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다. 인덱스펀드가 없는 신영자산운용에는 매니저가 회사의 모든 자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내증시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단계에 있고 소액주주에 돌아가는 이익이 커지고 있어서다. 소액주주의 몫이 커지면 주식의 매력도가 커지면서 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모바일이다. 교육, 금융 등 모든 분야가 모바일에서 집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시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이렇게 말을 한다고 전했다.
“전세계에 24시간 식당이 배달해주고 공원에서 음식 배달시켜 먹는 나라가 어디 있나요? 이렇게 치열하고 역동적인 나라가 어디 또 있습니까? 그리스 사태에 가뭄, 메르스까지…전쟁만 빼놓고는 온갖 악재가 이미 다 나와 있어요. 곧 바닥을 친다는 얘기입니다. 금리 1% 시대에 돈이 갈 곳은 증시 외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