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영업이익, 전년 比 절반 이상 하락할 듯…경기 침체 여파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정유사들이 올 1분기에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국제 경기 침체 여파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졌고, 정제마진도 덩달아 내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602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63.46% 급감한 수치다.

   
▲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정유차에 기름을 저장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에쓰오일도 올해 1분기 632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동기 대비 52.49%나 감소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수준으로 실적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실적 고공행진을 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도오일뱅크)의 지난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12조3203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3조8995억원) 대비 무려 215.9% 오른 규모다.

하지만 3분기를 지나 4분기부터 국제 경기 침체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정유 4사 중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3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에쓰오일)가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이들의 합산 손실만 해도 1조 원 가까이 된다. 1분기 실적 악화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해당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유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수많은 석유화학제품 소비량이 줄고 국제 유가도 떨어진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해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배럴당 123.7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배럴당 69.33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3.95% 감소한 규모다. 두바이유도 비슷한 가격 하락을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도 유가와 비슷한 흐름을 탄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와 수송, 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이다. 
국내 정유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인데, 일반적으로 5달러 이상은 돼야 수익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2021년 배럴당 1~2달러까지 내려갔다가 2022년 6월 4주 배럴당 29.5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2월 정제마진이 배럴당 평균 6.7달러로 1월(10.1달러)보다 33.7% 줄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정유사 실적 눈높이를 대폭 낮춰야 한다”며 “그동안 시장에서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증가가 뚜렷하지 않고, 이달부터는 중국·쿠웨이트·이라크 등에서 신규 정유설비 가동 압박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실적 하락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에 따른 일시적인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적극적인 재고 확보 및 중국 수출 증가 등으로 최근 재고는 재차 증가세였지만, 4월부터 러시아 제재 본격 적용 및 중국 내수회복 대응한 수출 감소 등으로 재고가 소진되며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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