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국내 주류기업 골든블루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갑질’에 해당하는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손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골든블루는 지난 7일 칼스버그 그룹으로부터 덴마크 왕실 공식 맥주인 ‘칼스버그(Carlsberg)’의 유통을 중단한다는 계약 해지 통지서를 받고 오는 31일 이후 칼스버그 맥주의 모든 유통을 중단한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골든블루는 칼스버그 그룹과 2018년 5월 수입·유통 계약을 맺고 지난 5년 동안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을 벌여왔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기업의 횡포라는 주장이다. 

칼스버그 측의 이번 계약 해지 통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월 이후 칼스버그 그룹은 골든블루와 ‘칼스버그’ 수입·유통 계약을 2, 3개월 단기 단위로만 연장해 왔다. 2022년 10월 이후에는 단기 계약마저도 맺지 않은 무(無) 계약 상태에서 골든블루가 ‘칼스버그’를 유통하는 초유의 사태가 지속돼 왔다.

 

골든블루는 “이 같은 불안정한 계약 관계 하에서도 계약 관계 연장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갖고 시장 내 각종 악의적인 소문과 시장 침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고 손해를 감수해 가면서까지 ‘칼스버그’의 유통 공백 없이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운영했다”고 강조했다.

 

칼스버그 그룹은 골든블루를 포함한 일부 국내 주류회사들이 칼스버그 그룹 제품들을 유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2년 10월 칼스버그 국내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유통, 마케팅, 물류 조직을 구성하는 등 계약 해지를 위한 사전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골든블루에 따르면 칼스버그 그룹의 계약 해지 통보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 계약 해지일자를 캔 제품의 경우 3월 31일, 병과 생맥주 제품은 8월 31일로 각각 다르게 통보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날짜로 정했기 때문에, 골든블루 측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골든블루는 이달 17일 칼스버그가 보낸 통지문에 대한 회신을 하고 부당성을 제기했다. 골든블루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비즈니스적 상도의를 지킬 것을 요청했으나, 지난 22일 칼스버그 그룹으로부터 진정성이 결여된 자기 주장만을 담은 답신만 받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골든블루는 “이번 통지문을 글로벌 주류회사의 갑질로 규정하고 덴마크 대사관 방문, 공정위 제소, 법적 소송 등을 전개해 일방적인 계약 해지의 부당성을 알리고 그에 따른 손해 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든블루는 ‘칼스버그’를 유통하면서 지난 5년간 신규 인력 약 50명을 채용하고 새로운 조직인 B&S(Beer and Sprits) 본부를 만들었다. 골든블루가 ‘칼스버그’를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동안 해당 제품은 국내 수입맥주 시장서 15위권 밖에 머물다가 1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유통 2년차인 2019년에는 전년대비 183% 성장, 코로나 펜데믹으로 전세계적으로 주류시장의 침체가 시작된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28.3%와 12.7%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1년에는 한국 시장 유통 이래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9년 5월에는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프레데릭 크리스티안(Frederik André Henrik Christian) 덴마크 왕세자 부부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칼스버그 재단의 플레밍 베센바커(Flemming Besenbacher) 의장과 칼스버그 그룹에서 아시아 태평양 사업을 총괄하는 아나스 루드 욘슨(Anders Rud Jorgensen) 부사장이 ㈜골든블루 서울사무소를 방문해 '양사 협력 강화 MOU 체결'에 따라 양사의 장기적인 파트너쉽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을 당사에 약속했다.

 

칼스버그 그룹은 2020년 9월 골든블루를 ‘올해의 파트너(PARTNER OF THE YEAR)’로 선정하기도 했을 정도로 양사의 협력 관계가 매우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