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합병이 삼성물산의 주주에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24일 윤철호 연구원은 "엘리엇이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과 KCC로 매각한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소송 등 2건을 제기했으나 삼성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합병 비율을 계산해 자사주를 KCC에 매각했기 때문에 기각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따라서 7월 17일 주주총회가 예정대로 열리고 합병 찬반을 위한 표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3년간 삼성물산의 주주 참석률은 평균 60% 내외였으나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번 임시주총 참석률을 70%로 가정하면 삼성은 47% 이상, 엘리엇은 24% 이상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고 당일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윤 연구원은 "11일 기준 삼성의 우호 지분은 삼성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지분 13.8%, KCC지분 5.96%를 합한 19.8%며 국민연금 10.15%를 포함한 국내 기관 지분은 약 21.5%(국민연금 제외시 11.3%)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 모두를 삼성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면 합병 찬성표가 41.2%까지 늘어난다.
반면 엘리엇의 지분율은 7.12%로, 엘리엇은 합병 부결을 위해 보유 지분을 제외하고 추가로 16.2%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의 지분율은 26.5%이다.
윤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 중 상당수는 행동주의 활동에 소극적인 패시브 펀드"라며 "소버린-SK 경영 사태가 있던 2004년보다 패시브 시장 규모가 더욱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다수 외국인 주주가 엘리엇 의견에 동조할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개인 및 기타법인(일성제약 2.1% 포함 시 25.0%)의 결정인데, 소액주주는 벌처 자본인 엘리엇보다 국가 경제에 기여해 온 삼성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따라서 합병은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윤 연구원은 "수급 요인을 배제하고 장기적인 기업가치만 바라본다면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가정하는 것이 주주 가치 제고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합병이 무산되면 엘리엇의 추가 지분 매입 기대감과 경영권 분쟁 요인으로 주가는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인 영업가치 개선 없이 엘리엇의 주주 가치 제고 요구로 주가가 높게 형성되기는 어려운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펀더멘털(기초여건) 측면에서 보면 합병 무산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에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삼성물산은 영업이 개선될 때 자산가치 역시 주가에 반영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해외 비중이 높은 전통 건설사는 2013년부터 이익 하락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반면 삼성물산과 같이 비건설사업을 보유한 복합기업의 경우 오히려 주가는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았다"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보면, 합병 무산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에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