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 2023년 '금융혁신포럼' 성황리 개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각 분야 경제‧금융 석학들이 잠재적 위기 상황에 직면한 한국금융 상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는 한편 위기 상황에 대한 각 금융 분야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한국금융 대전환기, 금융산업 나아갈 길은’이라는 주제로 미디어펜과 글로벌금융학회(회장 오갑수) 공동주최로 열린 2023 금융혁신포럼에서 각계 경제 석학들은 최근 한국금융 상황에 대한 위기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짚으며 우리 금융당국과 기업들의 위기 타개 방안을 다각도에서 모색했다.

   
▲ 25일 서울 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한국금융 대전환기, 금융산업 나아갈 길은’이라는 주제로 미디어펜 2023 금융혁신포럼이 개최됐다. /사진=김상문 기자

   
행사 시작과 함께 단상에 오른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는 개회사에서 "이번 금융혁신포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면서 "최근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를 겪은 미국의 경우 금융당국과 정부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위기가 일단 진정된 모양새를 갖췄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진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에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면 SVB보다 더욱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고 우려하면서 "비슷한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금융당국에서 면밀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개회사를 맺었다.

   
▲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상문 기자


다음으로 환영사에 나선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 회장은 “대외 의존도가 어느 나라보다 높은 우리경제가 환경변화에 대처해 나가지 못하면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면서 “급속한 이자율 인상과 금융긴축보다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고, 경제 질서와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환경 개선으로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여 글로벌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길을 전세계가 함께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디어펜 금융포럼은 정‧재계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21대 국회 ‘경제통’으로 손꼽히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중구성동구을‧정무위원회)은 행사장에 직접 방문해 축사를 했다. 

   
▲ 미디어펜 2023 금융혁신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기산업연구실장,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승덕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교 교수. /사진=김상문 기자

   
우선 윤창현 의원은 "금융 위기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대응도 복합적이어야 한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리 금융산업이 여러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최근 경제 위기는 금융과 비금융의 결합 문제도 생기는 등 문제들이 중첩돼 나타나 한 가지 처방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오죽하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공급망 충격과 돈을 푸는 문제를 합쳐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을 '가학적 통화주의'라고까지 한다"고 짚은 뒤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금융산업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단상에 오른 박성준 의원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했던 금융확대 정책이 엄청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하나의 위기가 아닌 복합위기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박 의원은 "금융 대전환기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은 '위기관리'임이 분명하다"면서 "전 세계 경제위기 사례를 보면 대공황이 일어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이 이러졌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밖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대출‧최승재 국민의힘 국회의원,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영상 혹은 서면을 통해 축사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금융의 현 상황이 갖는 심각성에 공감하고 대안모색을 위한 이번 금융포럼의 취지에 공감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고려대학교 교수)는 ‘한국인의 금융 DNA’라는 독특한 주제를 갖고 단상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날 그는 청중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대화를 주도하며 강연 순서를 이끌어 갔다.

   
▲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이 원장은 우선 한국 금융산업이 세계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규제’를 드는 입장과 ‘한국인의 금융 DNA 부재’를 드는 주장을 모두 부정하며, 민관이 합동으로 금융산업을 키울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모피아들과 규제 때문에 금융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교수는 일부 타당하지만 카드 대란,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위기 대비능력이 출중해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지난 10월 유동성 위기 사태를 잘 극복하는 힘이 되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 시장, 특히 세계 3대 사모펀드를 이끌어가는 한국인들(조셉배 KKR 대표, 이규성 칼라일 전 대표, 마이클 채 블랙스톤 CFO)을 예로 들며, “조건이 만족된다면 한국인만큼 근성 있는 사람들이 없다”고 말하며 ‘DNA 부재’ 주장도 일축했다. 

그는 “전통금융 분야는 언어 및 기존 인프라의 열세를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에 핀테크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금융생태계의 중심이 되거나, 중요성이 더해가는 지속가능성 관련 금융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네거티브 방식의 금융규제, 감독체계의 재정립, 그리고 규제 샌드박스의 정교화 등을 정부에 주문했다. 

   
▲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승덕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다음 순서로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이승덕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가상자산’을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디지털 가상자산이 전통적인 화폐를 대체할 거래수단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이들 화폐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신뢰할 수 있는 화폐가 되려면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을 담보로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폐를 통한 거래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데,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장부'가 있다면 똑같이 거래를 할 수 있다"며 "돈이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고 자원배분이 가능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현금이든 디지털화폐든 실질 구매력을 유지하는 자산이 없으면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안정적이고 유동적인 자산을 갖췄느냐가 중요한데, (자산을) 갖추지 않았다면 시장에서 이를 믿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은행이 독점하던 디지털 수단에 다른 핀테크기업 및 중앙은행이 참여하면서 화폐경쟁은 엄청 증가할 것이다"며 "외화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데, 외국에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경쟁은 갈수록 격화될 것이다"고 예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금융의 핵심기능은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완화해 금융을 중개하는 기능인데 블록체인이라는 장부상 거래로는 대체할 수 없다"며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중개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고, 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은행에서 토큰화된 예금을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 했다.

   
▲ 두 번째 발제자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다음 세션에서는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단상에 올랐다. 이 실장은 우선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금융 산업의 신뢰 제고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진단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이 실장은 “생산 가능인구가 줄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1%대까지 떨어졌다”면서 “저출생과 고령화가 지속되고 주력 산업이 성숙화됨에 따라 노동과 자본의 추가 투입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이 실장은 한국 금융산업의 강점으로는 최근 금융 자산의 축적 증가,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우수한 금융 인적 자원 등을 꼽았다. 약점으로는 높은 세율과 경직적 노동 규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금융산업은 규모적 측면에서는 어느정도 성장했다고 볼 수 있지만 주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금융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밑바탕이 깔려야 하며, 여기에 글로벌 영역을 확대하고, 동북아 디지털 금융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기산업연구실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세 번째이자 마지막 주제발표자로는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기산업연구실장이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발전은 고객 및 정책의 변화로 파급되며 금융환경 변화를 초래한다”며 금융환경의 변화를 기술의 변화, 고객의 변화, 정책의 변화 세 가지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서 실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온라인화는 개인·기업 고객의 디지털 금융 수요를 증대시키며 금융업의 DT를 가속화시켰다"며 "금융안정과 혁신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며 테크기업과 은행 간 공정 경쟁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서 실장은 “금융당국에서는 핀테크 육성 지원법, 핀테크 혁신펀드 등을 통해 혁신을 위한 핀테크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으로 디지털 금융혁신 정책기조는 유지되며 정책·환경적 요인에 맞춰 은행도 지속적 디지털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서 실장은 “미래금융시장은 기존 은행들의 DT 대응 노력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다양한 미래은행 시나리오가 가능하며, 소수 대형업체와 다수의 소형업체 시장으로 이분화되는 ‘바벨 금융시장 모형’이 가장 유력하다”면서 “기존 금융사는 대형업체(빅테크)와는 경쟁하고 소형업체(핀테크)와는 경쟁 또는 협업하는 형태가 예상된다”는 내용으로 발제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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