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대담 김진호 부사장·정리 김소정 기자·사진 김상문 기자]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해왔으며, 특임 부총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때 원포인트 개헌 위원장을 지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시절 국회혁신자문위원회 위원을 맡았으며, 현 김진표 국회의장 직속기관인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위촉된 이후 4월 7일 국회입법조사처장에 취임했다.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이 위헌판결 받는 것을 막으려면 의원들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문받을 수 있는 입법지원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또한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해서 국민삶을 향상시키는 입법의 본래 취지를 더욱 강화시킬 계획입니다.”
박상철 신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8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정부입법과 달리 사전 영향분석제도가 없는 의원입법에 대한 ‘입법영향분석’ 제도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여야 가릴 것도 없이 ‘다수결 만능주의’로 법안을 처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졸속으로 법을 만들고 시행령으로 보완하는 일이 반복된다”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의회가 모두 갖추고 있는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언젠가부터 정부입법이 대폭 줄어들었다. 한 달 통계로 의원입법이 97.5%를 기록한 적도 있다”며 “이처럼 의원입법이 100%에 육박하는 현실을 살펴봐도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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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8일 국회 집무실에서 미디어펜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5.8./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그러면서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 후 전직 국회의장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있는데, 입법영향분석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다. 법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법안이 끼칠 영향을 미리 평가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라며 “제도화 방법은 입법조사처법 개정이 아니라 국회법 개정이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 처장은 “법은 엄밀히 말하면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다.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거쳐서 법률이 탄생할 때 사회과학적으로 검증된 평가서가 하나 붙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없으면 자칫 졸속·과잉 입법이 되고, 법률이 피해자를 양산하고, 위법적인 시행령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입법조사처 3개 조사실·12개 조사팀 등 160여명, 행정부 감안하면 부족”
박 처장은 지난달 7일 취임한 이후 한달간 국회입법조사처 14개 팀 160여명 직원과 식사자리를 통한 상견례를 가졌다고 한다. 그는 “입법조사처가 국회에서 제일 큰 조직이라고 들었는데 취임한 뒤 실감했다”며 “팀별로 만나보니 직원들의 우수한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행정부 인력을 감안하면 국회에서 종사하는 인력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문재인정부 시절 급격히 늘어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때문에 국내 전력운용의 안전성이 떨어졌고, 2031년 전후로 전력 과잉 생산에 다른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력은 저장이 어려워 공급과 수요 연결 및 통제가 중요한데 재생에너지는 원전처럼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상철 처장이 취임일성으로 조사관들에게 당부하는 말은 “필요 이상으로 정치중립 문제로 고민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쓰고, 언론에 설명하고, 행정부와 소통하라고 한다”며 “교과서 같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의회 권한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이 원하는 법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오는 8월 네델란드를 찾아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가 주관하는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조사처의 전문성과 조직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당·개인 이해관계 걸린 선거법 개혁에 유권자 압박 필요”
박 처장은 국회입법조사처장 이외에도 지난 1월 출범한 김진표 국회의장 직속 ‘헌법 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선 “유권자보다 공천권자에게 맹목적일 수밖에 없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도시엔 3인 이상의 중선거구제, 농촌 및 소도시엔 소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는 연동형보다 병립형으로 ‘권역별 개방형 명부제’를 도입하는 복합선거구제를 제안했다.
그는 “차라리 개헌에 대해선 찬성, 반대가 분명한데 선거법 개정은 그렇지 않다. 정당과 의원 개인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속내가 복잡하다”면서 “이번에도 선거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가 끝내 현행 유지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서 우려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헌절차법부터 반드시 만들어야…개헌엔 대통령 결단 필요”
박 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이었던 2007년 원포인트 개헌위원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당시 임기 말 개헌의 부적절성이 지적되면서 차기 국회에서 개헌하기로 약속하고 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를 철회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무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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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8일 국회 집무실에서 미디어펜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5.8./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지난 1987년 9차 개헌 이후 36년이 지났지만 번번이 개헌 시도가 무산됐다. 문재인정부에선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해놓고도 부결되자 더 이상 추진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현재 김진표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박 처장은 이번에 개헌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며 “하지만 반드시 개헌절차법을 마련해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공론화를 통해 개헌 방향을 정하고 약속한다면 개헌 문턱의 절반은 넘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헌절차법 제정 시기를 8.15 광복절 이전 7.17 제헌절 즈음으로 상정한다고 계획할 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개헌을 하기 위해선 김진표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많이 소통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헌 시기는 대통령이 원하는 시기에 하는 것이 좋지만 총선과 별도로 정말 개헌할 시기에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개헌에 담아야 하는 내용에 대해 박 처장은 “의회에 좀 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감사원의 회계감사권만큼은 의회가 가져야 한다”고 했으며, “아울러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5년만에 대통령을 바꾸고 나면 처음에 국민들은 시원함을 느꼈다가도 결론은 달랐다. 가장 큰 폐해를 들자면 정당중심의 정치가 망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처장은 “또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사람을 잘못 뽑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선 당시 국민들의 결단이었다. 그런데도 자꾸 실패한다면 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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