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2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품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 전 회장의 상의에서 발견된 금품 메모지는 82일간 진행된 리스트 수사의 유일한 단서이자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 메모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았다. 메모지는 일종의 수사 단서일 뿐 유력한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검찰은 수사 초기 이른바 '비자금 장부'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의혹의 실체를 증언해줄 공여자도, 이렇다 할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비자금 장부는 수사를 진척시키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비자금 장부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확보하고자 수사 착수 이후 가장 먼저 그가 사망하기 전 2주간의 동선을 10분 단위로 복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남기업 관계자 두 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하며 한 달 넘게 추적한 끝에 이 장부는 없는 것으로 결론을 냈고 이후 관련자 진술과 정황 증거를 확보하는 우회로를 뚫는 쪽으로 수사 방식을 전환했다.

검찰이 성 전 회장 차량에 장착된 하이패스 단말기와 주차 위반 '딱지'까지 들춰보며 퍼즐을 맞추는 식으로 어렵게 수사를 진행한 것도 결국은 비자금 장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성 전 회장의 경영 방식을 보면 애초부터 비자금 장부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는 비서나 참모진에게 컴퓨터 워드 파일이나 엑셀로 기록을 남기지 못하게 했고 꼭 필요한 부분은 연필로 기록한 뒤 파쇄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인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금품을 전달한 방식도 각각 달랐다. 측근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홍 지사에게 전달된 현금 1억원은 신문지에 돌돌 말린 채 쇼핑백에 담겼다.

반면에 이 전 총리에게는 작은 상자에 현금 3000만원을 담고 이를 다시 쇼핑백에 넣어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자는 100개들이 커피믹스 상자 크기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관련자들은 정확히 어떤 제품의 상자인지는 진술하지 못했다고 한다. 애초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비타500 박스', '서류 봉투' 등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 비타500 상자에는 5만원권 기준으로 최대 7000만∼8000만원까지 담을 수 있어 3000만원으로는 속이 많이 비게 된다.

검찰은 홍 지사와 관련된 사건의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달 사고 가능성을 배제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부사장은 2011년 6월 초 성 전 회장에게서 1억원을 전달받은 뒤 당일에 바로 홍 지사에게 가지 않고 집에 가서 액수가 정확한 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며칠 후 아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도착한 뒤 의원실로 올라가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꼼꼼하게 돈을 포장한 인물도 윤 전 부사장이었다.

검찰은 이와 더불어 성 전 회장과 함께 2012년 새누리당 공천을 희망하던 윤 전 부사장이 당시 당내에서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던 홍 지사와 신뢰를 쌓아야 하는 처지였다는 점도 검찰이 배달사고 가능성을 배제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윤 전 부사장은 검찰에 소환되기 전 이미 언론을 통해 자신이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구체적인 밝힌 상황이었다. 검찰은 수사 초기 이러한 윤 전 부사장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달았고 그의 동선과 재산변동 내역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하며 그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살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확신했고 거의 전적으로 윤 전 부사장의 입에 의존해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