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BYD 합치면 글로벌 배터리 절반 이상 차지
중국의 해외 진출 늘고, 'LFP 배터리' 인기 높아져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중국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의 절반까지 점유율을 올리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역시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며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지만 중국의 약진으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다소 감소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SNE리서치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총 사용량은 182.5GWh로 전년 동기보다 49.0% 증가했다.

   
▲ 중국 CATL 독일 에르푸르트 공장./사진=연합뉴스


◇ 갈수록 커지는 중국 배터리 입지...해외 시장으로 확대

업체별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의 CATL은 1위를 이어나갔고, BYD가 2위에 오르는 등 중국 업체의 입지가 더욱 커졌다.

CATL은 전 세계 배터리의 35.9%를 점유하며 글로벌 1위를 지켰다.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42.1GWh에서 65.6GWh로 55.6% 늘었다.

CATL 배터리는 테슬라 모델 3·Y를 비롯해 상하이자동차 뮬란, 광저우자동차 아이온 Y, 니오 ET5 등 중국 내수 시장 주력 모델에 탑재된다.

2위 비야디(BYD)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BYD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가면서 전년 동기 14.1GWh에서 29.4GWh로 사용량을 두배 이상 증가시키며 16.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BYD의 사용량 29.4GWh는 3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25.7GWh를 추월한 것으로 작년 동기(1~4월) 사용량에서 순위가 서로 뒤바뀌었다.

중국 업체인 CATL과 BYD의 합산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52.0%로 세계 배터리 시장의 절반을 넘었다.

국내 3사 배터리 사용량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26.3%에서 23.4%로 2.9%p 소폭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배터리의 성장세 주원인으로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전기차 보급 확대를 꼽고 있다. 하지만 이밖에 중국 업체들의 품질향상으로 유럽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 해외 진출도 늘고 있어 한국 배터리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신에너지자동차(친환경차)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실제로 CATL은 독일에 14GWh 규모의 첫 해외 생산 기지를 최근 가동했고, 헝가리 동부 데브레첸에도 100GWh 규모의 유럽 제2공장 건설 중이다.

미국에서도 포드와 지난 2월에 배터리 공장을 합작해 건설하기로 하는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튬인산철(LFP)배터리의 영향력 확대도 중국 업체들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LFP 배터리는 값이 싸지만 품질이 떨어져 소형 전기차나 중국 내수용 차량에만 공급된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중국이 품질을 높이면서 유럽에서도 이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준 LFP 셀 에너지 밀도는 ㎏당 230Wh까지 올라왔다"며 "내년에는 260Wh 수준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LFP의 에너지 밀도가 ㎏당 140~160Wh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업체들의 주력인 리튬·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240~300Wh 이상이다.

   
▲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자료=SNE리서치 제공



◇ 국내 배터리 3사, 가격경쟁력 확보 절실

전기차 업계의 차량 가격 고민은 중국 배터리의 성장과 무관치 않다.

전기차 업체들은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 움직임과 차량 가격 인하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차량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현대차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들이 중저가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LFP 배터리 사용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배터리 자체 생산 가능성을 실험하는 사례도 나온다. 현대차는 당장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최근 하이브리드차(HEV)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고 배터리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한국 업체들도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력이 확인 된 LFP 배터리 개발을 뒷전으로 미루고 NCM 배터리 판매 확대에만 신경 쓴 배터리 전략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올해 중국 내수 시장 정체 현상을 해외 시장에서 만회하는 노력을 가할 것"이라며 "유럽 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 비중 또한 증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LFP 개발 난이도가 NCM 보다 훨씬 낮아 한국 배터리 3사의 개발 및 상용화도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공정을 LFP 양산에 맞게 변경하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개발이 어려운 것은 아닌 셈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SK온을 필두로 3사 모두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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