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주택 실거래가와 공시가의 격차를 줄이려는 목적의 공시가 현실화 계획이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시가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는 전세가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세입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으로 지적됐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송경호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월간 재정포럼에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공시가격 현실화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송 부연구위원은 공시가격 변화가 주택 매매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석, 공시가격 인상이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기준가격을 끌어올리는 두 가지 효과를 내는데 단기적으로는 기준가격 인상 효과가 더 크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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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가 현실화 계획으로 공시가가 오르면 주택 가격도 상승해 전세가에도 영향을 미쳐 세입자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그는 정부가 주택 공시가격을 유사한 다른 주택보다 10%포인트 더 올릴 경우 해당 주택의 실거래가격이 1~1.4% 더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실거래가격 인상 효과는 저가주택보다 고가주택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봤다. 이는 공시가격이 공개된 이후 시장의 키 맞추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공시가가 많이 오른 주택의 실거래가가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보유세 부담이 개인의 주택 소유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보유세 부담이 50% 증가하는 경우 주택 소유자의 평균 주택 소유주택 수는 0.126채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주택 보유자 중 다주택자의 비율은 4.66%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봤다.
송 부연구위원은 2021~2022년 재산세(주택분)를 분석해 전체 재산세 부담 증가의 60%가 시세 상승, 16%가 공시가 현실화율 제고, 24%는 누진세율 등 제도 개편 요인으로 봤다.
그는 공시가 현실화에 따른 임대인의 보유세 부담 증가가 전세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공시가격을 10%포인트 더 올릴 경우 해당 주택의 전세가격은 1~1.3%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세 부담이 크게 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할 경우 자본 이득의 기댓값이 세 부담 증가보다 클 수 있어 세 부담 증가가 주택 가격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증가한 세 부담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세입자에게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부동산 공시법에 따라 공시가 현실화율(공시가/시세) 목표치를 90%로 설정하고 부동산 유형·가격별로 5~15년의 목표 도달 기간을 설정한 바 있다.
공시가 현실화율 제고에 높은 부동산 가격 상승률, 공정시장가액 비율 등 세제 개편 효과가 겹치면서 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은 급속히 늘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시가 현실화율 속도를 늦추는 수정 계획을 지난해 말 제시한 바 있다.
송 연구위원은 "조세 부담을 통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 반면 세 부담 전가 등 부작용이 있으므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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