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건설업계가 민간 건설현장에서 시공 과정을 동영상으로 녹화하자는 서울시 요청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은 데다 사실상 요청이 아닌 반강제적 요구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강요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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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들이 서울시의 민간 건설현장 동영상 기록관리에 참여에 대해 대놓고 티를 내지 않지만 불만의 기색을 보였다./사진=김상문 기자 |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개 건설사 임원, 현장소장, 실무자를 모아 건설현장 동영상 기록관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서울시는 이들 건설사가 지난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민간 건설현장 동영상 기록관리 확대에 동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현재 100억 원 미만 공공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시공사로 하여금 공사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 및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100억 원 이상 공공현장은 물론 아파트 등 민간현장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서울시는 오 시장 발언 당일 상위 30개 건설사에 공문을 보내 동영상 기록 및 관리 확대 동참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30곳 모두 참여한다고 밝혔으나 미디어펜 취재 결과 일부 건설사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일부 혼선이 있었다.(본지 21일 자-오세훈표 '민간 건설현장 동영상 촬영' 시작부터 삐걱)
어쨌든 상당수 건설사들은 서울시로부터 공문을 받은 지 하루이틀 만에 동참 뜻을 밝혔다. 특히 20일 오후에는 건설사마다 순위경쟁하듯 동참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현대건설의 경우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현장에 해당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천명했다.
건설사들의 이같은 신속함과 적극성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서울시의 동영상 기록관리가 부실공사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정비사업 등 서울 내 공사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의 눈치를 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건축법상 건설사로서는 민간 건설현장에서 동영상을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신속히 동참의 뜻을 밝힌 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부실공사에 대한 여론이 민감하고 서울시가 한다는 데 건설사가 참여를 안 한다고 감히 말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 역시 "참여를 거부하거나 답변에 시간을 끌면 무슨 페널티가 있을지 모르지 않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건설사들은 부실공사 방지에 대한 취지는 이해하나 서울시가 해당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충분히 주지 않았다며 불만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나 기준이 아직 파악되지 않아 동영상 기록관리를 위한 비용이 얼마나 소요될지 추산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와 동참한다고 답해야 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안은 건설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D건설사 관계자는 "관련 비용을 공사비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를 두고 발주처와 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부실공사 방지에 대한 취지는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현장 내 CCTV 설치 등은 건설사가 현재도 하고 있는만큼 이를 조금만 발전시키면 큰 비용이 소요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또 최근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등으로 인해 부실공사 방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센만큼 행정당국의 협조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권 내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오세훈 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신경전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자칫 건설사들이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건설사 관계자는 "원 장관이 최근 부실공사 엄정 대처를 강조하자 오 시장이 동영상 기록 확대를 꺼내들고 나왔다. 대선 잠룡들이 건설업계를 콕 집어 잘못됐다고 말하니 건설사들은 안절부절"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원 장관은 최근 국토부 유튜브를 통해 공공택지 벌떼입찰 혐의를 받는 특정 건설사를 지목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세습과 북한 김씨 일가 세습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질타했다.
한편 서울시는 동영상 기록관리 확대가 사실상 반강제적 참여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참여가 의무는 아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행정당국이) 강요한다고 되겠는가.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관련 규정의 미비에 대해 "현재 적용 중인 공공 건설현장 매뉴얼을 바탕으로 다시 정리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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