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대법원이 16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에 대해 사건을 재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이날 원 전 국정원장의 상고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 대법원이 16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에 대해 사건을 재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사진=연합뉴스 TV 방송 캡처

재판부는 “원심이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했다”며 검찰에서 핵심증거로 제출한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재판부는 “종국적으로 판단할 사건은 정치관여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실체 문제인데 전체적으로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사실 심리를 할 수는 없다”며 "적법 증거에 의해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범위를 다시 확정하라고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았고 그가 청구했던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313조 1항에 근거해 국정원 직원 김씨의 이메일 첨부파일이 '전문(傳聞)증거'라는 이유로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전문증거의 경우 작성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자신이 작성한 것임을 인정해야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돼있다.

김씨가 법정에서 이 파일이 자신이 작성한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1심은 이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이 첨부파일이 김씨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일상적으로 작성한 통상문서로 보고 전문증거의 진정성에 관한 예외규정인 형소법 315조를 충족한다고 봤다.

김씨의 이메일에서 발견된 '425지논'과 '씨큐리티' 파일에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이버 활동에 사용한 트위터 계정 269개와 비밀번호, 심리전단 직원들의 이름 앞 두 글자를 적은 명단, 이들의 매일 업무 방향에 대한 지시를 담은 '이슈와 논지' 등 내용이 담겨있다.

이날 대법원은 "'425지논'의 상당 부분은 출처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단편적이고 조악한 언론기사 일부와 트윗글이며 '시큐리티' 파일 내 심리전단의 트윗 계정도 근원이 불분명하다. 정보취득 당시나 그 직후 기계적으로 반복해 작성한 건지도 알 수 없다"며 업무상 작성된 통상 문서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대법원과 같은 판단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국정원법 위반을 유죄로, 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에서 서울고법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와 함께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판단해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원 전 원장은 앞서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정치활동에 관여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2012년 대선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2013년 6월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