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재영 기자]최동훈 감독의 시나리오는 언제나 사람을 솔깃하게 만드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흔하지 않은 소재를 잘 버무리는 그만의 능력으로 최동훈 감독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스토리텔러에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최동훈 감독의 대표작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처음에는 힘을 합치지만 결국에는 다른 속셈과 본성을 드러내면서 얽히고 설키는 심리전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이런 단순하지 않은 시나리오가 관객들의 눈을 만족시키려면 일단 구성이 치밀해야 한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인물의 행동이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다.
또한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아야한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들은 누가 주인공인지 딱히 가름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만큼 상대역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주인공의 분위기에 걸맞는 상대역의 선정이 필요하다. 이들이 펼치는 조화는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배로 증가시킨다.
마지막으로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반전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중반부를 넘어갈수록 시나리오를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나타나는 반전은 언제나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
그렇다면 신작 '암살'은 어떤 반전을 보여줄까? '암살' 또한 하나의 목적으로 모인 여러 사람들의 물고 물리는 반전이 관객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준다. 이들에게 친일파 요원 암살은 한국은행을 털거나, 고가의 다이아를 훔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독립군 저격수, 임시정부요원, 살인청부업자 각자 직업은 달라도 결국 친일파를 죽인다는 목적은 동일하다. 친일파 암살은 누군가에겐 정의의 실현, 누군가에겐 조국 독립을 위한 과정, 누군가에겐 돈벌이다. 목적은 같아도 그 동기는 다르다.
같은 목적을 갖고 있어도 속마음이 다르면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암살'은 이같은 사람들의 팽팽한 신경전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려내고 있다. 종전의 근엄했던 독립군 투쟁기는 후반부 들어 눈을 뗄 수 없는 스릴감의 케이퍼무비로 변한다.
'암살'은 친일파의 역사와 함께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1930년대를 역동적으로 살았던 당시 젊은이들의 삶을 케이퍼무비의 틀에 녹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