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3차 혁신안 발표를 끝으로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김 혁신위원장이 당의 쇄신을 위해 혁신위를 진두지휘한지 51일 만이다. 혁신위가 우여곡절 끝에 최종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이미 쇄신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임에 따라 수용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경 혁신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혁신안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3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3차 혁신안에는 사실상 대의원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비롯해 당내 기득권으로 치부되는 다선 의원들의 용퇴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친명계 의원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던 내용으로 ‘비명계 솎아 내기용’이라는 의심을 받아 계파 갈등의 전운이 감지된다.
|
|
|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위원장이 8월 10일 서울 국회에서 3차 혁신안을 발표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앞서 혁신위는 대의원제도 폐지와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의 불출마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비명계의 제동에 가로막혀 수위 조절을 피할 수 없었다.
더불어 김 혁신위원장이 최근 노인 폄하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며 쇄신 동력을 잃자 혁신위 활동 조기종료와 함께 혁신안을 일보 후퇴하게 됐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혁신안에 따르면 수위가 상당 부분 조절됐음에도 사실상 대의원제도 무력화와 다선 의원들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내용으로 점철돼 계파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해석된다.
혁신위의 제안에 따르면 현재 당대표-최고위원 투표 과정에서 대의원의 표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 30%가 삭제된다. 대신 권리당원의 비율을 기존 40%에서 70%로 확대해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당원들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주장이지만, 대의원제 폐지가 가로막힘에 따라 무력화 시도로 우회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또 혁신위는 3선 이상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규정 대신 ‘종용’으로 우회 압박에 나섰다.
김 혁신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시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시면서 정치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중에서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시기 바란다”면서 다선 의원들의 용퇴를 촉구했다.
또한 그는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여러 차례 의원을 역임하신 분들 중, 후진을 위해 길을 열어주실 만한 분들인데도 다시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분들 역시 당의 미래를 위해 불출마 결단을 내려주시고 당을 위해 헌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혀 ‘기득권 타파’를 명분으로 오는 총선에서 친명계가 영향력을 확대할 길을 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당 내에서는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안에 친명 맞춤용이라는 반발이 포착된다. 혁신안이 친명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이날 공개한 혁신안에서 지난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서도 이 대표 책임론은 전면 배제하고, 문재인 정부 인사와 친이낙연계의 책임만을 언급했다.
혁신위는 ‘국민 의견을 청취한 것’이라고 명시했지만, 사실상 이는 친명계의 주장만 반영된 것으로 혁신위가 ‘이재명 호위부대’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혁신위는 1차 혁신안이던 ‘불체포 특권포기’와 관련해서도 ‘정치탄압’과 ‘법원은 믿을 수 있나’라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며 불체포 특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했으며, ‘선거 패배에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일단 단합해야 한다’는 현 지도부의 ‘단일대오’ 주장을 답습하는 모습도 보여 선택적 쇄신, 반쪽 쇄신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안이 특정 계파를 대변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당내에서도 냉혹한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혁신의 내용이 나오기 이전에 이게 출범하는 과정 출범한 이후에 일종의 정무적 관리가 거의 형편없었다”며 “어떤 내용이 나오든 간 국민적 동의를 받거나 이것을 잘 진행하고 결과를 얻거나 이런 것들이 다 어려워지고 불투명해졌다”며 혁신안 수용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이동학 민주당 전 최고위원도 이날 SNS를 통해 “혁신위가 헤비급으로 시작해 플라이급이 돼버린 상황에서 그 펀치는 하나도 안 아플 것”이라며 “온정주의, 내로남불, 거대한 무능은 손도 못 댔다. 이렇다 할 관심도 호응도 끌어내지 못했다”며 “우리 손으로도 혁신을 못하고 남의 손으로도 혁신을 못하는 불능 상태의 현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지적했다.
원외뿐만 아니라 원내에서도 혁신안에 대한 불평은 이어졌다. 이원욱 의원도 SNS를 통해 “혁신할 수 없는 분들로 꾸려진 사람들이 내놓은 안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며 “혁신대상은 당 안에서 가장 기득권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며 “바로 당의 최고의 기득권자, 수혜자 이재명 대표”라며 혁신안이 친명계 주장을 반영하고 있는 것에 불쾌감을 나타내며 이 대표부터 혁신돼야 한다고 용퇴를 촉구했다.
이는 혁신위가 좌충우돌을 겪으며 쇄신에 대한 신뢰와 힘을 잃었다는 방증으로, 혁신안이 수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오히려 이 대표 용퇴론으로 계파 갈등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