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단체교섭과 부실경영은 별개"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에 조단위 손실을 반영할 것이라 알려져 금융권에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임직원이 뜻을 합쳐 위기 극복에 나섰다.

22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임원들이 서울 본사와 옥포조선소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결의문을 전달했다. 결의문은 지난 주말 정성립 사장과 임원들이 모인 긴급 워크숍에서 결의된 내용을 담았다.

결의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위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사직을 포함한 거취와 처우 등 일체를 최고경영자에게 일임하고 백의종군 자세로 사력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 대우조선해양 팀장 이상 임원들이 22일 거제 옥포조선소와 서울 본사에서 직원들에게 결의문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이어 “회사 위기 극복을 위해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임할 것”이며 “윤리경영에 모범을 보이고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후배들에게 자랑스런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회사 정상화에 모든 것을 걸고 일로매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창사이래 두 번째 위기를 맞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1년 1월 대우조선공업 시절 워크아웃에 들어간 바 있다.

당시 신영균 사장이 워크아웃 신청을 목전에 두고 7월 대우그룹 분식회계 관련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사임을 표명했다. 조선해양부문 관리본부장이던 정성립 전무가 사장에 자리에 올랐고 그해 8월 대우조선은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당시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출자전환했고 회사는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림살이를 꾸렸다.

정 사장은 지난 20일 담화문을 통해 “비업무성 자산 매각과 고정비 등 각종 비용 절감에 배전의 각오로 임할 것”이며 “고용불안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 순환보직 등 질적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LNG선 건조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16년부터 영업이익 시현 등 회사의 제모습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몸 속의 환부를 도려내 듯 회사 내에 도사린 거품과 속병을 도려내고 DSME의 저력을 다시한번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부실경영여파에 단체교섭이 묻혀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며 회사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지난 17일 17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 노조가 원했던 휴가 전 타결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노조는 전 조합원 12만5000원의 임금인상과 사내복지기금 50억 출연, 하기휴가비 150만원 추가인상 등을 요구했고 사측은 임금동결을 제시했다. 또 사내복지기금, 하기휴가비에 대해서도 지급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단체교섭과 부실경영에 따른 극복은 별개의 문제”라며 ”노동자들은 조선소 현장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었지만 잘 나가던 조선소는 왜 부실덩어리가 됐는지 오히려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단인 산업은행은 지난 21일 실사법인(삼정회계법인)을 투입해 대규모 손실의 주요 원인과 회사 경영 실태, 전망에 대해 실사에 착수했다.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농협과 공동으로 경영관리단을 구성해 실사 진행 상황과 회사의 경영 상황을 점검 중이다. 산업은행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대책을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