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무회의 "선거 매표 예산 배격…재원 절약해 약자 지원"
윤 대통령 "민생 살리는데 총력…경제 체질, 시장 중심 민간 주도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건전재정을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채용 관련 불공정행위를 방지하는 채용절차법, 교권 회복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원지위법, 노조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노동조합법, 우주 항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우주항공청법 등 입법을 시작으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하는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3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생경제를 살리는데 총력을 다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의 2024년도 예산안을 자세히 밝히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밝힌, 내년도 예산안의 골자는 '건전재정'과 '민생경제'다. 취약계층을 챙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입 예산 대비 최대한의 효과를 내겠다는 '가성비'를 감안한 복안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선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며 "그 결과, 치솟기만 하던 국가채무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되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외신인도를 지키고 물가 안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건전재정 기조를 착실히 이어나가야 한다"며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기업활동과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을지 및 제3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그 대신 우리 정부는, 경제 체질을 시장 중심, 민간 주도로 바꿔 민간이 더 활발하게 투자하고 지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민간투자를 저해하는 킬러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민간에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도 총지출은 656조 9000억 원으로 잡았고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 증가한 수준"이라며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하였고, 총 23조 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집중적으로 투입하였다"며 "진정한 약자복지의 실현,국방, 법치 등 국가의 본질 기능 강화,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라는3대 핵심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하여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생계급여의 지급액을 내년에 21만 3000원 인상했고, 이는 지난 정부 5년 동안 인상한 규모를 전부 합친 19만 6000원을 한 해에 단번에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추가로 윤 대통령은 이날 새 복지예산안과 관련해 생계급여 선정기준 완화, 어르신 일자리 및 수당 확대, 발달 장애인 1:1 전담 돌봄서비스 제공, 24시간 개별 돌봄 전국 확대, 한부모 양육비 선정 기준 완화, 다문화 가정 지원방식 전환 및 서비스 신설, 자립준비청년 수당 인상, 청년 대상 생활체감형 지원 강화, 기초차상위 가구 모든 청년들에 대한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 청년우대 교통카드 K Pass 도입, 산업단지 편의시설 대폭 설치, 소상공인에게 저리 융자 지원 등을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가 홍수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는데 6조 3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며 "지난 정부는 보 해체에만 집중하고 하천 준설과 정비는 소홀히 하여 홍수 피해가 더욱 가중되었다, 국민의 안전과 치수를 위해 하천 준설과 정비를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저수지 준설을 7개에서 77개로 대폭 확대하여 강수 저장능력을 강화하고, 범람 위험을 줄이겠다"며 "전국 하천에 홍수 조기 경보망을 확대하여 홍수예보 시점을 당초 홍수 발생 3시간 전에서 6시간 전으로 앞당기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불거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날 "이에 대응하여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대한 안전감시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하고, 국산 수산물을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총 74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으로 경제 관련 예산으로 윤 대통령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보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바이오, 우주 등 미래 산업 생태계를 선점할 2조 5000억 원 규모의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올해 지정된 특화단지 7개소에 대해용수 등 기반 시설, 기술혁신 저리 융자, 첨단산업 특성화 대학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원전, 방산, 플랜트 분야의 수주 지원을 위한 수출금융을 대폭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2조 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신설하고, 청년 창업가들의 자유로운 창업 공간인 '한국형 스테이션F'를 조성하겠다"며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기업, 유턴 기업,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을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AI, 바이오, 사이버 보안,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 4개 분야에 4조 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K-콘텐츠 수출 증진을 위한 정책금융을 1조 8000억 원으로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모두발언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심혈을 기울여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재정을 알뜰히 지키고, 민생을 살뜰히 챙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제출된 200여 건의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 했다.

윤 대통령은 "주요 국정과제 법안의 처리가 지연된다면, 21대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법안이 자동 폐기된다"며 "재입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께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미래 먹거리를 다루는 주요 법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로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하게 당부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