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 2009년 1만3000곳 정점으로 서서히 감소
친환경차 충전소·물류·편의 시설 설치해 복합공간 변신 중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친환경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주유소가 줄어드는 동시에 새로운 기능을 장착한 신개념 주유소로 변신하고 있다.

내연기관차가 전담하던 운송 기능을 수소·전기 차량이 파고들면서 주유소도 생존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주유소는 1만901곳이었다. 이는 4년 전인 2019년 6월 1만1505곳에 604곳이나 줄어든 규모다.

주유소는 70~80년대를 전성기로 우리나라 경제개발과 함께 전국에 빠른 속도로 확산된 주요 자영업군 중 하나다. 인허가를 통해 주유소를 설립하기만 하면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해 자영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업 중 하나였다.

   
▲ 이케아 가구를 직접 픽업해갈 수 있는 GS칼텍스 주유소 전경./사진=GS칼텍스 제공


하지만 전기차를 중심으로 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하나금융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에 인건비 상승, 임대료 증가, 친환경차 증가 등의 이유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09년 1만3000곳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친환경차 보급을 넘어 전환이 대세가 되면 오는 2040년 국내 주유소 수는 현재의 4분의 1수준인 3000개만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유소가 막연히 줄어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주유소들은 기존 정유 주유업을 유지하되 수소·전기 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일부 주유소는 고객 편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 휴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택배 등 물류 거점으로 변신하는 곳도 있다.

정유 4사의 주유소들은 그 변화의 중심이 서 있다. SK에너지는 태양광·연료전지를 활용해 전기·수소 충전소를 추가 설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에너지 주유소들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해 충전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식의 슈퍼스테이션으로의 전환을 진행 중이다.

GS칼텍스 주유소들은 모기업이 GS25를 보유한 장점을 활용해 물류 거점 역할을 주유소에 이식하고 있다.

택배의 중간 허브로 활용하는가 하면 편의점 등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추가해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케아·여행 서비스 업체와 협업해 주유소 픽업 센터를 연 것도 그 일환이다.

   
▲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미니 굴착기./사진=HD현대오일뱅크 제공


에쓰오일은 에너지 스테이션으로 변화를 추구하면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방송인 노홍철의 ‘홍철빵집’을 입점시키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아예 HD현대인프라코어와 협업해 미니 굴착기 판매를 진행 중이다. 

또한 한남동 직영 주유소에 넥슨, 피치스와 제휴해 기존 주유 공간에 게임 조형물, 그래피티 아트, 팝업 스토어가 있는 게임 테마 주유소를 조성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향후 캠핑카 이동량이 많은 지역 주유소에 덤프스테이션을 설치해 캠핑카 오폐수 처리 등 편의성 강화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단순히 주유만 하는 곳에서 복합 편의시설로 변신하고 있다"면서 "전통적 의미의 주유소 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겠지만 수소·전기차 충전소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다양한 수익모델을 실험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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