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1일 자로 세 달 앞당겨 시행하기로 하면서 대상자인 노조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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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
민주노총은 5일 논평을 내고 "소득공제에 대한 중요성이 두말할 나위 없는 상황에서 이를 볼모 삼아 세칭 '돈 가지고 장난치는' 고용노동부의 행위가 치졸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고용부와 기획재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하고, 노조의 투명한 회계 운영에 대한 조합원과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당초보다 조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노동조합에 회계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회계공시한 노조에 대해서만 조합비 세액공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노조들은 노조를 포함한 사회 각 조직의 회계 투명성 제고에 찬성하면서도,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선 반기를 들고 있다. 정부가 정말 노조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싶다면 기업 회계 위주로 짜여져 있는 현재 회계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번 개정안의 목적은 그저 '협박'이라는 것이다.
또한 법·제도 도입 시 실시하는 토론회나 공청회 등 의견수렴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고, 유예기간도 갖지 않는 점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노조는 노조법 등 관련 법에 의해 운영사항을 공개하며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는데, 근거 없는 회계자료 제출 요구부터 회계공시까지 이 모든 과정이 노조의 자주적 운영에 대한 간섭과 통제가 목적"이라며 "이번 고용부의 재입법고시는 그 기저에 매우 불순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입법고시는 본인들이 운영하는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소위 '13월의 월급'이라는 소득공제에서 제외하겠다는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회계공시하면 투명성이 담보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데, 구체적 내용을 보면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 간편 서식 제출에 불과하다"며 "회계문제를 노조 또는 시민사회 단체 길들이기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법·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시행령 개정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 자문회의를 구성해 제도 설계와 방향을 설정하고, 국민 설문 등 의견 수용 과정을 거쳤다"며 "노조원을 대상으로 따로 설문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설문에 참여한 노조원 의견을 추가로 듣고 해당 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 예고에 대해선 대외적으로 알렸기 때문에 10월 1일부터 바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예고는 오는 5일부터 11일까지로, 노조가 결산 결과를 공시하는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은 내달 1일 개정안 시행에 맞춰 개통된다. 노조와 산하조직은 이날부터 11월 30일까지 두 달간 공시시스템에 지난해 결산 결과를 공시할 수 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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