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한미일 3국이 북핵 문제에 공조를 강화하는 행보에 본격 나선 가운데 미국의 현 대북정책의 수정 여부만큼 중국을 향해 쏠려 있는 각국의 시선이 더욱 주목된다.
한미일 3국은 31일 도쿄에서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 회담을 열기로 했으며, 이에 앞서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과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가 잇달아 중국을 방문했다.
북핵 문제에 있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북한도 즉각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28일 자청해 베이징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으로 먼저 핵을 동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논하는 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핵 포기 대화 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한미일 공조에 중국이 협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북한의 노력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례적인 행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은 27일 정전협정을 기념해 평남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화환을 보냈다. 장성택 처형 이후 악화된 중국관계 속에서 2년만이 일이다.
김정은은 또 26일에는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을 하면서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대해 두 차례나 경의를 표했다. 공식석상에서 중국 지원군에 대해 감사를 표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도 하지 않았던 것인 만큼 상당히 이례적이다.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핵개발 정당화를 선전하는 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지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대화가 열리지 못하는 원인과 한반도 정세의 격화 원인은 모두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취하는 미국에 있다”면서 중국이 반발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언급하면서 한미 대 북중 구도를 형성시켰다.
북한은 또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미국의 적대시정책 때문에 핵개발한다’는 문서를 배포하면서 “6.25전쟁을 미국이 북한을 침략한 전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몇해 전 구 소련 아카이브에서 6.25전쟁을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전쟁이라고 명시한 문서가 드러나는 등 중국·러시아 학자들도 북침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이런 북한의 선전에 대해 “중국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으로 판단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이 새로운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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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한미일 3국은 오는 31일 일본 도쿄에서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 회담을 열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5월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서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오른쪽),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포토세션을 마치고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지금 북한과 교역이나 투자가 없는 미국이 가하는 경제제재 조치는 효력이 없지만 중국이 새로운 경제제재를 취할 경우 북한에 가장 타격을 줄 수가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더욱 강경해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이 중국을 바라보는 이유이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 1년반 이상 국장급 이상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을 정도로 틀어진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그런 만큼 이제 양국이 관계 개선에 나설 시기가 됐다는 예상이 나온다.
북중 관계가 풀린다면 오는 9월3일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과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고위인사 교류가 있을 전망이다.
이보다 앞서 내달 5~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한·아세안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북한의 치열한 외교전도 예상된다.
최근 북한이 대표단의 숙소를 준비하는 등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이번 회의에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참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중국, 일본과 양자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커보이고, 9월 중국 승전 기념일에 앞서 관계회복의 모색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제 중국이 핵문제를 제쳐두고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이지, 아니면 핵문제를 적극 거론하면서 방향을 잡을 것인지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 특별대표, 류젠차오 외교부 부장조리 등과 면담하고 돌아온 황준국 본부장은 “지금 북한이 핵무기화를 완성할지 아니면 대화를 통해서 비핵화를 실행해나가는 협상에 나올지 기로에 서 있는 관건적 시기”라고 말하면서 ‘관건적’이라는 단어를 “중국 식 표현”이라고 언급해 중국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런 한편, 북한은 28일 유엔 주재 차석대사의 기자회견을 통해 10월10일 당 창건 70주년을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오는 10월 새로운 도발 가능성을 높였다.
북한이 ‘자주적 권리인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급선회가 예상되던 중국과의 화해 속도는 더디게 되지만, 북한이 중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도발 야욕을 멈추지 않을 입장을 재확인하는 셈이 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중국 지원군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등 제스처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워하는 1단계 조치인지 단발성으로 끝날지는 두고 봐야 하고, 북중관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압박에 구멍이 크게 뚫린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북중 간 오랜 냉각기간이 지속된 핵심에 핵개발 문제가 있었으므로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